현대차3세 정의선의 삼성동 시대 열린다…글로벌비즈니스센터 개발 구상은?
2014-09-18 14:55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 = 현대차그룹이 18일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땅'으로 평가받았던 삼성동의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인수하는데 성공하면서 '정의선 삼성동 시대'를 열었다. 이에 따라 향후 이 곳의 개발 계획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차그룹은 한전 부지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이후부터 이 곳에 현대차그룹 전체를 아우르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글로벌 5위의 완성차업체로 부상한 만큼 전 세계 계열사를 관리할 수 있는 그룹의 통합컨트롤타워를 건설하는 동시에 전시와 문화 등도 함께 아우를 수 있는 랜드마크로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 글로벌 그룹 통합컨트롤타워 구축
현재 현대차는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차와 기아차 본사 건물 외에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나머지 주력 계열사들은 서울 각지에 흩어져 있는 상황이다.
현재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의 수용인원은 5000여명으로, 현대차그룹 전체의 30개 계열사 전 직원이 1만8000명에 달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우선 그룹의 주축인 현대·기아의 본사를 이전하고 역삼동 건물을 임대해 쓰고 있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제철 영업본부 등을 한 곳에 모아 업무 효율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초청하는 VIP을 영접하기 위한 장소가 부족했던 만큼 이를 위한 공간도 마련될 전망이다.
◆ 복합 문화 랜드마크로 발전
현대차그룹은 또 업무사옥 뿐만 아니라 이 곳에 전시·문화·체험 등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복합 랜드마크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세계 1위 완성차 업체인 일본의 도요타나 독일의 폭스바겐, 미국의 GM 등도 고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있는 복합 문화공간을 건설해 자사 이미지 제고에 활용하고 있다.
도요타의 경우 일본 도쿄 내에 '메가웹'이라는 공간을 통해 고객들이 자사 전 모델을 직접 체험해보고 아울러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폭스바겐도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아우토슈타트'에 본사와 출고센터, 박물관 및 브랜드 전시관 등을 한 곳에 모아 매년 25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현대차는 삼성동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통해 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 및 글로벌 톱5 완성차 업체 위상에 걸맞은 브랜드 이미지를 제고하고, 글로벌 네트워크 관리를 위한 차원이 다른 공간을 조성하려는 것"이라며 "(한전부지 매입은)제2의 도약을 추구하려는 최고경영층의 구상과 의지가 담긴, 100년 이상 미래를 내다본 결정"이라고 말했다.
◆ '승자의 저주' 피할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통합컨트롤타워 구축은 향후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의 전면에 나서는 시기를 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의 경영승계가 마무리되고 본격적으로 정의선 체제가 구축되면 삼성동 사옥은 글로벌 계열사를 모두 아우르는 차기 컨트롤타워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한전부지 인수에 예상금액의 세 배에 달하는 10조5500억원 초유의 액수가 현대차그룹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사상 최대의 R&D 부문 투자를 지속하며 기술력 경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한전부지 인수에 따른 부담으로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그러나 그룹 계열사들이 분산투자를 하고, 강남지역 부동산 상승률 등을 감안할 때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 개발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는 한편 신차 및 신기술 등 R&D 분야 투자도 함께 이어갈 수 있느냐가 향후 현대차그룹 미래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