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보자’ 당신은 진실과 국익 중 무엇이 중요합니까
2014-09-17 14:02
황우석 박사의 실험에는 많은 난자가 필요했다. 2005년 MBC ‘PD수첩’은 난자의 출처에 대한 문제 삼았다. ‘PD수첩’은 황 박사팀이 체세포 배아 줄기세포를 하나도 만들지 못했다는 제보를 받았다. 취재를 시작한 ‘PD수첩’은 3명의 제보자로부터 난자의 매매와 연구원 난자 사용 의혹, 논문의 허위 여부에 집중했다.
이에 황우석 교수는 소속 연구원 2명의 난자가 사용됐으며 미즈메디 측에서 난자를 제공 받아 일정 금액을 지불했다고 공식 인정했다. 시인과 함께 모든 공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여론은 황 박사 쪽으로 쏠렸다. 대중은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국민적 영웅’을 ‘PD수첩’이 오명을 씌웠다며 비난했다. ‘PD수첩’ 광고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광고까지 끊겼다.
그러나 ‘PD수첩’은 황우석 박사의 논문 자체의 진실성 여부에 취재해왔다며 결정적인 진술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PD수첩’은 생명윤리론과 국익론의 맞대결이라는 중요한 위치에 서 있었다. 당시 MBC 사옥 앞에는 황 박사 지지자들의 촛불집회까지 열렸다.
YTN은 ‘PD수첩’의 취재 과정에서 회유와 협박 등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거짓 증언을 얻었다고 보도, MBC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당시 ‘PD수첩’ CP와 해당 PD는 인사위원회에 회부됐고 ‘PD수첩’은 잠정 중단됐다. 그러나 각종 과학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황 박사의 논문에 게재된 줄기세포의 사진이 동일하다는 의혹이 확산되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이한다.
결국 2005년 12월 29일 서울대는 줄기세포는 없었다는 잠정결론을 냈다. 이듬 검찰은 ‘황우석 파문’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16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연 영화 ‘제보자’(감독 임순례·제작 영화사 수박)는 황우석 파문에 영감을 얻어 재구성된 픽션이라고 강조했다.
‘PD추적’ 윤민철(박해일) PD는 한국 과학계의 신화가 된 이장환(이경영) 박사와 줄기세포를 연구하던 심민호(유연석) 팀장으로부터 논문이 조작됐다는 제보를 받는다. 줄기세포 실험 과정에서 비윤리적 행위도 있었음을 듣게 된다. 이성호(박원상) CP와 시사교양국장(권해효)으로부터 취재 승인을 받은 윤 PD는 후배 김이슬(송하윤)과 태풍의 중심에 들어선다.
심 팀장은 아픈 딸(김수안)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고자 제보자를 자처했다. 그러나 이장환 박사 연구팀에서 함께 근무한 아내 김미현(류현경)은 이장환 박사를 전적으로 믿고 있었다. 심 팀장은 이혼 위기까지 겪지만 과학자로서 윤리를 저버릴 수 없었다. 심 팀장의 결정적인 증언으로 취재는 급물살을 타고, 이장환 박사의 취재 방해공작도 시작된다.
‘제보자’는 10년전 대한민국을 들끓게 한 스캔들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시도한 영화는 아니다. ‘제보자’는 진실을 말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 얘기한다. 임순례 감독은 진실과 제보자 사이에서 이를 국민에게 알리는 일이 언론의 참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 박해일은 완벽하게 방송국 PD로 분했고, 유연석은 제보자의 심정을 매끄럽게 표현했다. ‘군도: 민란의 시대’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타짜-신의 손’ 등 올해 개봉한 영화만 3편인 이경영의 존재감은 말이 필요 없다. 류현경과 송하윤, 박원상, 권해효, 장광, 이승준 등 모두 제 자리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12세 관람가로 내달 2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13분. 보고나면 ‘나는 진실과 국익 사이에서 무엇이 우선’이었는지 되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