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피케티의 누진과세 도입 주장, 투자위축으로 소득분배 악화 초래”
2014-09-16 13:30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한국에서도 출간되는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의 ‘21세기 자본’과 관련해, 책을 통해 피케티 교수가 주장한 누진과세 도입 주장에 대해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투자 위축으로 오히려 소득분배 악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과 아시아금융학회(회장 오정근)이 공동으로 16일 오후 여의도 FKI 타워 컨퍼런스센터 애머랄드룸에서 열린 ‘피케티 ’21세기 자본론‘과 한국 경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피케티 교수의 주장을 한국경제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배상근 한경연 부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경제성장은 기본적으로 기업가의 투자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간과한 채 단순히 소득분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고율의 누진소득세와 자본세를 부과하면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피케티가 의도하는 것과는 반대로 기업가의 투자환경이 악화되어 투자가 위축되고 그 결과 고용과 분배구조가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환영사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뉴노멀이라고 하는 장기저성장 또는 장기정체기에 진입하면서 고용과 소득분배가 악화돼 사회적 분노와 폭력 확산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그 결과 소득분배가 개선되는 투자활성화로 파이를 키우는 정책이 중요하다. 고소득층과 자본가에게 몰수적 고율세금을 부과하면 소득분배가 개선된다는 식의 1대 99의 논리로 대중 감정을 자극하는 피케티의 주장은 좌우대립의 진영논리와 혹세무민을 부추길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주제 발표에서 오정근 한경원 초빙연구위원 겸 건국대 특임교수는 피케티의 주요 주장을 △자본주의에서 국민소득 중에서 자본가에게 돌아가는 몫인 자본소득분배율은 자본수익률(자본/소득) 비율에 의해 결정되고 △둘째, 자본/소득 비율은 저축률/성장률이라는 단순한 법칙에 의해 결정되는데 인구증가율이 낮아지고 있으므로 성장률도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어 자본/소득 비율이 증가해서 소득분배구조가 앞으로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이며, △이처럼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소득분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최고 한계세율이 80~90%에 이르는 고율의 몰수적 누진소득세와 글로벌 누진자본세를 부과해야 한다 등 세 가지로 요약했다.
이에 오 연구위원은 “피케티는 자본주의를 자본가와 노동자의 두 계급만 존재하는 것으로 가정하는 계급사관으로 분석하면서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업가의 존재와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업가를 포함하면 기업가의 투자환경 개선 없이는 투자가 이루어질 수 없고 그 결과는 고용악화와 성장둔화를 통해 분배구조의 악화를 초래하므로 피케티의 주장처럼 자본가에게 세금을 더욱 무겁게 물리면 투자가 줄어들어 일자리는 더욱 없어지고 그 결과 분배구조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경우를 살펴봐도 피케티의 주장과 달리 성장률과 상관없이 자본/소득 비율이 꾸준히 상승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소득분배율은 하락해 소득분배는 개선되어 왔다는 것이다.
오 연구위원은 “특히 소득분배는 기업의 투자가 증가해 고용이 개선되는 과정에서 개선되어왔는데 이는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서는 소득과 자본에 대한 누진과세보다는 기업투자 활성화가 중요함을 다시 한 번 보여 주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도 “자본투자는 노동생산성을 증가시켜 노동자의 임금을 올려주는 등 자본과 노동은 보완적인 관계이지 마르크스나 피케티의 주장처럼 대립적인 관계가 아닌데 피케티는 인적자본을 배제함으로써 이러한 중요한 관계를 간과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성장은 불평등을 수반하게 마련인바 불평등을 인정하지 않으면 성장의 엔진이 제거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피케티가 소득이 집중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는 상위계층의 구성도 시간적으로 변동하므로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는 불평등이 아니라 불공정과 빈곤문제”라고 말했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는 “피케티처럼 상위 1% 소득집중도를 추정해 본 결과 해방 전에는 높은 수준이었던 소득집중도가 해방 후 급락해 비교적 낮은 수준으로 안정되었다가 1990년대 중엽 이후 다시 급상승하는 U자형의 양상을 보였다”며, “현재는 소득불평등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영미형과 이전의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일본형의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해방 후 고도성장기의 소득분배의 개선은 한국경제의 고도성장과 그로 인한 높은 고용 증가 지속으로 성장 효과가 저변으로 널리 확산되면서 성장과 분배가 양립했다”며, “그러나 1990년대 중엽 이후 한국경제가 저성장 단계로 들어서면서 소득불평등이 다시 급속히 확대되었는데, 그 요인으로는 고용증가 둔화, 외환위기 이후 기업경영 시스템 변화와 성과주의 보수체계 확산, 소득세 과세체계의 누진성 후퇴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복지지출이 본격적으로 전개되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이미 들어섰는데 저성장이 불가피하고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으로 인해 여건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성명재 홍익대 교수는 한국의 소득불균등도는 1980년대~1990년대초 동안 크게 축소되었다가 1990년대말 이후 확대 추세로 반전됐다고 진단했다.
성 교수는 “최근의 소득불균등도 확대는 저성장기조 확산 및 급속한 인구고령화 등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하고 장차 인구고령화가 진전될수록 은퇴 후 인구비중이 증가하면서 소득불균등도는 복지•소득재분배 정책의 확대 여부에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득계층별 자산분배구조의 불균등도는 소득의 경우에 비해 크지 않은 편이며 이는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자산보유 절대액은 증가하지만 자산보유비중은 소득비중보다 느리게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저소득빈곤층의 경우 종전과 달리 최근에는 은퇴기 이후의 고령자가구가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어 생애주기 소득흐름의 관점에서 재분배정책 기조를 재정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장은 “자본에 대한 세금을 높이면, 자본수익율은 떨어지고, 경제성장율도 떨어지며, 결국 자본스톡이 낮아지고, 자본소득도 떨어지게 되어 국가 경제가 퇴보할 것이므로 피케티의 주장은 한국의 자본이 국제경쟁력을 가지고 계속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현 시점에서 도움 되지 않는 경제철학이다”고 주장했다.
현 원장은 “피케티는 상대방에 대한 배 아픔의 인간정서를 부추기면서, 소수에 대한 세금강화로 배 아픔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나, 한국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서 선진국에 진입해야 하는 국가인데, 피케티의 경제철학이 국민들에게 호소력을 가지면, 한국의 성장신화는 우리 시대에서 멈추고 말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개방화 → 민간 경쟁강화 → 정부 조세경쟁’ 구조에서 피케티는 소득불균형 관점에서 ‘조세경쟁 → 조세공조’라는 피상적이어서 현실화될 수 없는 주장만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