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제몰로 페라리 회장 돌연 사임.... F1 업계 충격
2014-09-15 15:45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미국 클라이슬러와 경영통합을 위한 최종합의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피아트 그룹에 10일(현지시간) 충격적인 뉴스가 들어왔다.
이탈리아 피아트 그룹 자회사인 고급차 업체 ‘페라리’의 루카 디 몬테제몰로 회장이 돌연 사임을 발표했다. 몬테제몰로 회장은 F1업계의 카리스마로 불리면서 업계에서 유명했던 인사다.
이번 사임 배경에는 피아트 그룹의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CEO와의 노선 대립이 있었다고 보는 업계관계자가 많지만 F1업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이에 앞서 지난 주말 이탈리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몬테제몰로 회장은 “올해 3월에 3년 더 회장직을 맡기로 약속했다”고 언급한 바 있어 업계에서는 그룹 내부 사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7일 세르지오 마르치오네 피아트 그룹 CEO는 F1 이탈리아 그랑프리에서 9위라는 성적으로 막을 내린 대참패에 대해 “이 상황은 수용하기 어렵다”면서 “인사쇄신을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F1 결과만을 이번 퇴임의 원인으로 보기는 어려우며 페라리를 둘러싼 경영노선의 대립의 결과라고 보는 업계 관계자가 많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지난 2008년 미국발 리먼쇼크로 유럽채무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마리치오네 CEO는 피아트의 실적이 악화되는 가운데 클라이슬러의 주식획득과 신흥시장사업으로의 자금조달이 필요해 90%의 주식을 보유하는 페라리에 눈을 돌렸다.
마르치오네 CEO는 페라리의 증시 상장계획을 세웠으나 몬테제몰로 CEO는 재임기간 중 페라리 매출을 10배 증가시키고 판매대수를 3배 늘리면서 ‘세계 최강 브랜드“를 구축해왔기 때문에 상장의 필요성이 없다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두 가지 쟁점은 결국 브랜드 가치와 수익의 균형이며 마르치오네 CEO는 “고급차 부문의 수익확대”를 중시했으나 몬테제몰로 CEO는 “연간 7000대 이상은 생산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경제는 지난 2014년 2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에 들어섰고, 경기후퇴 국면에 들어갔다. 유로존 전체에서도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마르치오네 CEO가 계획하는 유럽사업의 흑자전환 시도는 한층 더 어려워졌으며, 이러한 이유로 수익률이 높았던 페라리에 대한 ‘치외법권’을 더 이상 인정할 여유가 없어졌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또한 피아트그룹은 115년간 본사를 둔 이탈리아 토리노를 떠나 등기상으로는 네덜란드, 세법상으로는 영국으로 본사가 이전되며 뉴욕과 밀라노 증시에 상장된다.
“페라리는 마지막까지 이탈리아에 남는다”고 강조한 몬테제몰로 CEO와 탈 이탈리아를 외치는 마르치오네 CEO의 갈등의 골은 깊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