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풍스럽고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즐비한 '홍대 연희동'
2014-09-15 05:54
아주경제 조득균 기자 = 바삐 돌아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만한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젊음의 거리' 홍대는 늘 사람들로 북적댄다. 하지만 홍대입구역을 지나 연남동 쪽으로 발길을 옮기다 보면1970~80년대 지어진 건물들 골목 사이사이로 손때가 묻은 간판들과 옛 것이 살아 숨쉬는 듯한 고풍스럽고 아기자기한 맛집과 카페들이 즐비하다.
연희동의 남쪽, 연희로 일대를 한참 걷다 보면 화려함이 묻어나는 홍대와는 달리 조용하면서도 여유로운 오랜 동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쇠퇴해가던 동진시장 골목길에 들어서면 포화된 홍대상권의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터를 마련한 20~30대층 젊은 사장님들의 개성 넘치는 상점들이 눈에 띈다.
후미진 골목길에 위치한 귀엽고 앙증맞은 빵집 토미스 베이커리. 반지하 건물에 파란색 차광막과 회색 콘크리트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롯데그룹 브랑제리 출신의 26년 경력을 지닌 일본인 파티시에가 직접 이른 아침부터 크루아상, 식빵,하드빵 등 20여 가지의 빵을 굽고 특히나 막걸리를 사용해서 만든 단팥빵의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동진시장 입구에 위치한 커피전문점 리브레는 작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은 커피 마니아들에게는 익숙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개념의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한다. 기자가 커피를 맛보았을 때의 느낌도 진한 향과 깊은 맛이 어우러지면서 일반적인 커피 전문점과는 다른 묘한 맛이 느껴졌다. 국내 최초로 큐그레이더(국제커피감별사)자격을 취득한 서필훈 사장이 직접 해외로 나가 생두 구입부터 로스팅, 추출까지 담당한다고 한다.
20대 멕시코인 부부가 운영하는 음식점으로 빨간색 차광막 아래 아기자기하게 놓인 인테리어 소품들이 발길을 멈추게 만들었고 멕시코 음식 특유의 매콤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다양한 현지 음악과 새콤달콤한 맛을 내는 음식들이 마치 멕시코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동진시장 입구에 들어서서 꺾어지는 골목 끝자락에 다다르면 우측으로 동진시장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입구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주말을 맞아 연극 또는 음악 공연도 이루어지며 자그마한 테이블 5~6개로 이뤄진 소규모 프리마켓(벼룩시장)도 열린다.
피노키오는 국내 유일의 그래픽 노블(만화책의 한 형태로, 보통 소설만큼 길고 복잡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는 책)전문 서점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고 'DC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시리즈 이외에도 문학에 가까운 유럽권 그래픽 노블과 그림이 있는 에세이, 동화책 등도 구비되어 있다. 책방의 분위기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잠시 앉아서 쉬었다 갈 수 있는 작은 벤츠가 마련돼 있어 한적한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점차 현대화 추세로 변해가면서 동네에 있던 허름한 헌 책방이 사라진 요즈음. 아날로그의 푸근함과 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