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남권 재건축, 호가 올랐지만 추격 매수는 드물어
2014-09-15 17:50
재건축(예정) 단지 호가 최대 5000만~8000만원까지 올라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 지난 13일 토요일 오후. 매월 둘째, 넷째 주말은 휴무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시영아파트 상가 중개업소들이 쉴 새 없이 분주했다. 다음 달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앞두고 매수 문의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9·1 부동산 대책 이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값)가 3000만원 이상 오르면서 물량을 거둬가는 집주인들도 늘고 있다.
지난 1일 정부가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하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강남권 재건축(예정) 단지들의 몸값이 급격히 뛰고 있다. 이미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들이 대부분이지만 시장 활성화 분위기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만 매매 주체간 눈치싸움이 치열해 추석 이후 거래 활성화를 점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이날 방문한 가락동 J공인 대표는 "열흘 전에 6억8000만원에 매매됐던 시영2차아파트 전용 56㎡(재건축 후 전용 99㎡ 배정)가 현재는 7억1000만원대를 호가하고 있다"며 "9·1대책 발표 후 평균 3000만원 안팎으로 올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오는 2018년부터 재건축이 가능한 송파구 문정도 올림픽훼밀리타운도 이달 들어 5000만~8000만원가량 호가가 올랐다. 가장 상승폭이 큰 전용 84㎡는 7억1000만원~7억3000만원 수준에 매물이 나와 있다. 전용 117㎡도 5000만원 이상 호가가 올랐다.
인근 E공인 관계자는 "지난 달 말과 비교해 호가는 많이 올랐으나 매물이 워낙 적어 거래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며 "재건축과 관련해 아직 준비된 것이 없어 추후 가격 흐름은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전용 165㎡가 18억5000만~21억원으로 최근 2000만원가량 오르는 등 강남구도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재건축 아파트 전성기를 맞고 있다.
개포동 S공인 관계자는 "시영아파트를 제외한 주공1단지, 우성아파트 등은 일제히 대책 효과로 호가와 실거래가 모두 올랐다"며 "주공1단지 전용 50㎡는 현재 5000만원 오른 8억5000만원에 물건이 나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7~8월에 이어 추격 매수가 따라 붙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인근 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그는 "전용 35·42㎡도 3000만원 넘게 호가가 올랐다"며 "다만 집주인들이 매물을 계속 거둬들이면서 보다 높은 가격을 원하고 있어 매매문의에 비해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덧붙였다.
인근 W공인 대표도 "갑자기 가격이 오르자 매수자들이 오히려 관망하는 모양새"라며 "우성아파트를 비롯해 경남아파트, 현대1·3차아파트 모두 호가가 4000만~5000만원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서초구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초동 T공인 관계자는 "이 동네 신동아.우성.무지개아파트 모두 호가가 최대 5000만원 이상 올랐지만 실수요자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특히 신동아아파트의 경우 조합설립 전이어서 재건축으로 인한 효과를 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W공인 대표는 "직장인들의 월급이 오른 만큼 물가도 올랐다는 말처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10% 완화하고 재건축 연한을 푼 만큼 집값이 올라 매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라며 "이는 수요자들의 자기부담금, 즉 레버리지만 키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