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의 ‘골프규칙과의 악연’ 풀 스토리

2014-09-13 10:42
에비앙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또 실격…‘신발바닥에 쳐 손상된 퍼터 계속 사용’한 탓

유소연이 2014년 US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버디퍼트를 실패한 후 낙담한 제스처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렉시 톰슨.
                                                                                                    [사진=USGA 홈페이지]



여자골프 세계랭킹 5위 유소연(하나금융그룹)이 또한번 골프규칙과의 악연을 보여주었다.

유소연은 한국 여자프로골퍼가운데 유난히 규칙과 관련한 해프닝이 많은 선수중 하나다. 그로인해 페널티도 여러차례 받았다.

유소연은 12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에비앙 마스터스GC에서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2라운드를 벌였다.

미국LPGA투어 홈페이지에 따르면 4번홀(파4) 그린에서 퍼트가 맘에 들지 않았던지, 퍼터를 신발바닥에 쳤다. 그러고 나서 짧은 거리의 마무리 퍼트로 홀아웃하고 5번홀(파3)로 이동했다.

그런데 5번홀에서 보니 퍼터가 이상했다. 샤프트가 휘어진 것이다. 유소연은 경기위원을 불러 얘기했고, 전후사를 들은 경기위원은 “비정상적인 플레이과정에서 손상된 클럽을 그 이후에도 계속 사용했으니 실격”(규칙 4-3b)이라고 판정했다.

유소연이 퍼터를 신발에 친 후 퍼터가 손상된 것을 알고 다음부터 그 퍼터를 사용하지 않았더라면 아무 문제가 없을 터였다. 

첫날 1언더파 70타를 친 유소연은 백을 싸들고 나갔다. 여기까지가 미국LPGA투어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이다.

한편 현장에 가있는 KLPGA투어 전속 사진담당 기자 박준석씨는 다음과 같이 알려왔다.

“10번홀에서 티오프한 유 프로가 이날 열 셋째홀인 후반 4번홀(파4)에서 퍼트 미스를 했습니다. 그러고 홀아웃했습니다. 유 프로는 다음 홀에서 퍼터 헤드가 틀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룰을 인지한 유 프로는 즉시 경기위원을 불러 룰에 관한 조언을 구했습니다. 퍼터 헤드가 휘어진 상태로 퍼터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유 프로는 나머지 다섯 홀(5∼9번홀)을 웨지로 퍼트하여 2라운드를 끝냈습니다. 2라운드 후 경기위원에게 다시 그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고, 경기위원이 내린 실격 페널티를 받았습니다.”

이에 따르면 유 프로는 4번홀에서 퍼터 헤드를 구부렸고, 5번홀에서 경기위원에게 일단 알린 다음, 2라운드를 마친 후 최종적으로 경기위원의 판정을 받아 실격당한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지난달 캐나다 퍼시픽여자오픈에서 미국LPGA투어 통산 3승째를 올리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유소연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법하다.

라운드 도중 클럽이 손상되는 경우는 두 가지로 나눠 처리된다. 정상적인 플레이과정에서 손상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다.

샷을 하거나 나무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등의 정상적인 플레이 과정에서 클럽이 손상되면 그 이후에도 그것을 계속 사용하거나 수리·교체할 수 있다.

지난 5월 미국PGA투어 웰스파고챔피언십 때 체선 하들리의 캐디가 전반을 마치고 10번홀로 이동하던 도중 방송중계용 케이블에 걸려 넘어졌다. 그 바람에 백속에 있던 퍼터가 눈에 띄게 휘어졌다.

이 경우는 정상적인 플레이 과정으로 본다. 하들리는 따라서 후반 나인에도 그 휘어진 퍼터를 계속 사용할 수 있었다.

그 반면  유소연처럼 화풀이를 하거나 장난치는 등 비정상적인 플레이 과정에서 클럽이 손상될 경우 그 즉시 사용해서는 안된다. 사용할 경우 곧바로 실격이다.

재미교포 앤서니 김은 2008년 중국 상하이 쉬산인터내셔널CC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HSBC챔피언스에서 변형된 클럽을 사용했다가 실격당했다. 그는 7번홀에서 드라이버샷을 한 후 클럽을 들고 페어웨이를 걷다가 스프링클러 덮개를 쳤다.

별 이상이 없는 듯해 그는 8번홀(파5)에서 그 클럽으로 티샷을 했다. 첫 티샷이 150야드 나가더니 OB 인근에 떨어졌다. 잠정구를 쳤는데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100야드 나가는데 그쳤다.

당시 드라이버샷 거리가 300야드 안팎이었던 앤서니 김은 10번홀에서 경기위원에게 이 사실을 얘기했고 경기위원은 그에게 실격을 주었다. 비정상적인 플레이과정에서 손상된 클럽을 앤서니 김이 계속 사용했기 때문이다.

유소연은 이번 실격 외에도 여러차례 규칙위반으로 ‘오점’을 남겼다.

사례1

2008년 스카이72GC 하늘코스에서 열린 KB스타투어 4차대회 3라운드 때 볼이 벙커에 떨어져 모래에 박혔다. 언플레이어블 볼을 선언했다. 1벌타 후 볼에서 두 클럽 길이내 드롭 옵션을 택했다. 두 클럽 길이를 뻗어가니 벙커밖에까지 미쳤다. 그래서 그는 벙커밖에 드롭하고 플레이를 속개했다. 이 옵션의 경우 벙커안에 드롭해야 한다<규칙 28c>. 중대한 오소플레이를 시정하지 않고 다음홀 티샷을 한 그는 실격당했다.

2011년 투어의 ‘非 멤버’로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유소연은 금의환향해 KLPGA투어 대회에 출전했다. 그러나 연달아 규칙위반을 해 메이저챔피언의 체면을 손상했다.

◆사례2

그해 9월 충남 태안의 골든베이CC에서 열린 한화금융클래식 최종일 12번홀(파3)에서 유소연의 티샷이 물없는 워터해저드 지역에 멈췄다. 그는 치기 전에 볼 옆에 나뒹굴던 풀잎(루스 임페디먼트)을 치웠다.

동반플레이어 최나연(SK텔레콤)이 이를 유소연과 경기위원에게 알렸고 유소연은 ‘볼이 멈춘 해저드내의 루스 임페디먼트는 치우거나 건드려서는 안된다’는 규칙 23조1항 위반으로 2벌타를 받았다. 당시 샷을 하기 전에 클럽헤드를 해저드 바닥에 댔다는 의혹도 제기됐으나 그에 대해서는 별도의 벌타가 주어지지 않았다.

◆사례3

2011년 10월 블루헤런GC에서 열린 하이트진로챔피언십 3라운드 12번홀(파4)에서도 어이없는 장면이 나왔다. 어프로치샷이 그린을 벗어났고 그 곳에는 다른 선수들이 벙커샷을 하면서 퍼낸 모래가 흩어져 있었다.

유소연은 서드샷을 하기에 앞서 볼옆에 있던 모래를 손으로 치웠다. 모래는 그린에서만 루스 임페디먼트로 간주돼 치울 수 있다. 그린 밖에서는 치우지 못한다. 당연히 스윙구역 개선(규칙 13-2)으로 2벌타가 부과됐다.

정상급 선수들도 규칙위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주 있게 되면 문제다. 골퍼로서의 ‘기본’을 의심받을 뿐만 아니라, 본인에게도 큰 손실이 따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