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부동산 대책] 與 “경제활성화 정책” VS 野 “가짜 민생”…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힌 국회

2014-09-02 18:26
[입법전쟁①-부동산] 與野, 초이노믹스 놓고 대충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세제발전심의위원회에 참석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9월 정기국회의 닻이 오르면서 여야의 입법 전쟁이 시작됐다. 정부의 ‘중산층 70%’ 프로젝트를 뒷받침하려는 집권여당과 가짜 민생 프레임을 고리로 대여 압박에 나선 범야권의 한판 대결이 펼쳐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진짜 민생 대 가짜 민생’, ‘착한 규제 대 나쁜 규제’ 등의 이분법적인 대립 구도만 있을 뿐 사회적 합의를 위한 절차적 정의는 빠져있다. 이에 아주경제는 2014년도 정기국회를 뜨겁게 달굴 입법안을 진단하고 민생의 가치를 지향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세월호 덫에 빠져 순항이 불투명한 9월 정기국회가 또 다른 암초에 부딪혔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인 최경환호(號)가 9·1 부동산 대책에서 재건축 연한 단축(40년→30년) 등의 마지막 빗장을 풀자 2일 여야가 치열한 공방전을 전개했다. 

새누리당은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정부 정책이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부동산 경기 침체의 활력을 불어넣어줄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범야권은 투기를 조장하는 정책이라고 반대 의사를 천명했다. 지난 넉 달간 표류한 국회 공전이 장기 국면으로 접어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눈여겨볼 대목은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여야 대립이 단순히 ‘옳고 그름’의 문제를 넘어선다는 데 있다. 여기에는 경제를 바라보는 엇갈린 가치 철학은 물론 ‘정책의 정치 이슈화’를 노리는 공학적 셈법이 숨어있다. 부동산 정책의 합의가 어려운 까닭도 이 때문이다.

집권여당은 부동산 규제 완화가 ‘단기적인 경기 부양→경제지표 상승’으로 이어질 경우 차기 총·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반면 범야권은 서민을 위한 전·월세 정책에 심혈을 기울인다. 서로의 집토끼(지지층)가 다른 탓이다.

◆朴 정부 7번째 규제 완화…野 ‘강남 프레임’ 꺼내

가장 쟁점인 부동산 법안은 △부동산 상한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폐지 내용을 담은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 △신도시 개발을 중지하는 ‘택지개발촉진법’ 폐지 등이다.
 

지난달 18일 서울 동작구 현충원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서거 5주기 추도식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특히 국토해양부가 재건축 추진 연한을 기존 4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하고, 애초 무주택자에 대한 공급 목적으로 나온 민영주택 85㎡ 이하 청약 가점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자 논란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포문은 새정치연합이 열었다. 우윤근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간담회를 열고 국토부의 9·1 부동산 정책에 대해 “강남 중심의 경기부양, 부동산 투기 조장”이라고 규정했다.

우 정책위의장은 “전매행위, 상한제 폐지 등 부동산 관련 모든 규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28번, 박근혜 정부도 7번째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놨다. 그런데도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침체이고 서민들은 전·월세난으로 허덕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새누리당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부동산 시장의 훈풍이 널리 퍼져야 민생의 고통이 덜어질 수 있다”고 말한 뒤 강남 특혜 주장과 관련, “서울시 재건축 대상 주택 66만3000호 중 84.9%인 56만3000호가 강남 3구 이외의 지역으로, 강남 3구 비중은 15.1%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분양가 상한제·재건축초과이익환수 폐지 논란, 왜?

문제는 여야가 부동산 정책에 이념 프레임을 뒤집어씌우면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 상한제 폐지·재건축 연한 축소·재건축초과이익환수 등만 봐도 그렇다.
 

박근혜 대통령[사진 제공=청와대]


사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나 무주택자 우선 청약제 폐지, 토지초과이득세법 폐지 등은 과거 김대중 정권이 쓴 정책이다. 당시 정부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부동산 경기부양에 나서면서 부동산 규제의 빗장을 풀었다.

하지만 부동산 규제 완화가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노무현 정부의 판교·검단 신도시 등 부동산 공급 정책과 맞물리자 2007년 부동산 상한제가 전면 부활했다. 

반론도 있다. 김대중 정권의 규제 완화 정책이 결국 부동산 거품으로 이어졌다는 논리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와 정부의 재건축 연한 축소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 등이 사실상 ‘부자’만을 위한 정책이란 주장도 이 지점과 궤를 같이한다.

김태동 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는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 “현재 40년인 재건축 연한도 짧지 않은데, 이것을 낮춘다는 것은 나쁜 정책”이라며 “민생은 허울이고 본질은 소수를 위한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에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우리 당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임대주택 확보는 물론 대출금을 못 갚을 때 담보물만 내놓으면 되는 ‘유한책임대출’ 등을 도입했다”고 반박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부동산 규제 완화 법안의 조속한 통과에 당력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이 전·월세 상한제(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와 표준임대차계약(임대주택법 개정) 등으로 맞불 작전을 펼칠 전망이이서 국회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