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통합…사업부문 합종연횡 이어질듯

2014-09-01 14:49
양사 합병 배경 및 향후 사업 조정 전망

아주경제 채명석·양성모 기자 = 1일 전격적으로 합병을 발표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플랜트 건설의 추세가 ‘육상’에서 ‘해상’으로 전환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삼성그룹의 결정으로 분석됐다.

중공업과 엔지니어링의 합병은 단순히 사업 구조로 본다면 중복 가능성이 많지만, 삼성중공업이 해상, 삼성엔지니어링이 육상에 특화 됐다는 커다란 차별점을 놓고 본다면 무조건 합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실제로 엔지니어링은 삼성그룹의 또 다른 건설‧플랜트 업체인 삼성물산과 합병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이런 소문은 물산과 엔지니어링이 육상을 기반으로 사업을 이끌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이 보편적인 공식 대신 중공업과 엔지니어링의 합병을 ‘선택’했다. 이유는 글로벌 경기 위기가 회복되면 육상 보다는 해상에서 더 큰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란 것이다.

◆육상 플랜트, “땅값 폭등·폭발위험 등으로 입지 악화”
삼성그룹이 양사의 합병을 통해 육상이 아닌 해양 사업에 무게 축을 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춘 결정이라는 후문이다.

지난 기간 동안 추진돼온 대규모 육상플랜트는 수십년간 원유를 뽑아 올릴 수 있는 유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육상 플랜트는 국가 경제 성장의 아이콘으로 낙후지역의 도시화와 인구 결집이라는 국토 개발에도 기여했다.

지만 최근 들어 육상 플랜트는 땅값이 치솟으면서 공사비용 상승을 초래하고, 플랜트가 폭발할 경우 대규모 인명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난개발과 도시화로 인해 육상의 환경오염 문제도 갈수록 커지고, 대대로 해당지역에 정착했던 주민들이 타지역 이전을 거부하는 등 플랜트 공사 반대도 강력해 지고 있다.

반면, 해상 플랜트는 육상과 멀리 떨어진 공해상에 위치하기 때문에 인명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적고, 별도의 땅값이 들지 않기 때문에 공사대금도 현저히 떨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육상으로의 운송도 전용 화물선이 건조되거나 해저 파이프를 통해 직접 육상공장으로 이송할 수 있다.

◆ 그룹내 사업 구조조정도 이어질 듯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이 통합되면 그룹내 사업조정이 실시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중공업 건설부문이 삼성물산으로의 이전을 점치고 있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풍력사업의 규모 축소 등도 예상된다.

합병이 진행되면서 삼성중공업이 갖고 있던 건설부문은 삼성물산으로 넘겨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아파트 브랜드인 ‘쉐르빌’을 비롯해, 타워팰리스 등 초고층 고급 주거 시설을 시공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건설시장 부진 등으로 수익성은 크게 떨어진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등록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삼성중공업은 조선 및 플랜트 부문에서 지난 6개월간 6조2000억원에 공사수익을 기록했다. 반면 건설공사에서는 1300억원 수준에 그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이는 지난 2011년 반기 공사수익인 6000억원의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또 현재 매출이 나오지 않고 있는 풍력사업 부문도 규모 축소 등의 후속 조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플랜트 부문에 집중해온 만큼 정리될만한 사업은 아직 없다는 게 사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두 회사는 오는 10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12월 1일 합병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합병이 이뤄질 경우 매출액 기준으로는 2013년 25조원에서, 2020년에는 4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종합플랜트 회사로 거듭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