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만남,. ‘육상→해상’시대적 흐름 수순
2014-09-01 14:07
삼성중공업‧삼성엔지니어링 합병 배경(상)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1일 전격적으로 합병을 발표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플랜트 건설의 추세가 ‘육상’에서 ‘해상’으로 전환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삼성그룹의 결정으로 분석됐다.
상선으로 부터 시작한 삼성중공업은 특수선에 이어 해양플랜트에 이르기까지 해상에서 운용되는 갖가지 건조물을 건조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엔지니어링은 국내 유일한 육상 플랜트 부문 전문 업체로, 중동과 남미지역에서 화공 플랜트에 이어 비화공 플랜트 부문에서 글로벌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기업이다.
◆엔지니어링, 물산 아닌 중공업과 합병
사업 구조를 단순히 본다면 중복 가능성이 많지만, 삼성중공업이 해상, 삼성엔지니어링이 육상에 특화 됐다는 커다란 차별점을 놓고 본다면 무조건 합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삼성그룹은 이러한 보편적인 공식 대신 중공업과 엔지니어링의 합병을 ‘선택’했다.
이유는 글로벌 경기 위기가 회복되면 육상 보다는 해상에서 더 큰 사업 기회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크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양사의 합병을 통해 육상이 아닌 해양 사업에 무게 축을 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춘 결정이라는 후문이다.
지난 기간 동안 추진돼온 대규모 육상플랜트는 수십년간 원유를 뽑아 올릴 수 있는 유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한 육상 플랜트는 국가 경제 성장의 아이콘으로 낙후지역의 도시화와 인구 결집이라는 국토 개발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육상 플랜트는 땅값이 치솟으면서 공사비용 상승을 초래하고, 플랜트가 폭발할 경우 대규모 인명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난개발과 도시화로 인해 육상의 환경오염 문제도 갈수록 커지고, 대대로 해당지역에 정착했던 주민들이 타지역 이전을 거부하는 등 플랜트 공사 반대도 강력해 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수주를 해놓고 공기를 맞추지 못하는 이유도 기술적인 문제와 더불어 사회‧문화적인 배경이 크다.
반면, 해상 플랜트는 육상과 멀리 떨어진 공해상에 위치하기 때문에 인명 피해에 대한 우려가 적고, 별도의 땅값이 들지 않기 때문에 공사대금도 현저히 떨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육상으로의 운송도 전용 화물선이 건조되거나 해저 파이프를 통해 직접 육상공장으로 이송할 수 있다.
특히 해상 플랜트는 이동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기존에 채산성이 맞지 않았던 해상 유전 개발지역을 돌아다니며 사업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비화공 공장도 해상 플랜트로 개발이 가능하다면 저개발국가에 대여해 필요기간 동안 수요에 맞춘 제품을 개발한 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합병을 발표한 이날, 양사 최고경영자(CEO)의 언급에서도 이같은 의도가 묻어난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양사가 가지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설비, 제작 경험과 우수한 육상ㆍ해상 기술 인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종합플랜트 회사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플랜트와 조선·해양산업 분야에서 각각 쌓은 양사의 전문 역량과 기술을 통합해 고객이 원하는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는 토탈 솔루션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