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라희‧이재용 등 범 삼성가 “이재현 CJ회장 선처” 호소
2014-08-28 15:27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도 참여, 화해 무드 전환 기대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가 일가가 1600억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 회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범 삼성가에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냈다.
지난 2012년 이후 지속된 삼성-CJ간 유산상속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마지막 신호로, 범 삼성가 차원에서 화해 모드로 돌아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홍라희 관장과 이재용 부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등은 지난 19일 서울고법 형사10부(권기훈 부장판사)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서 제출자 명단에는 이건희 회장의 둘째형인 고 이창희씨의 부인 이영자씨, 차녀 숙희씨, 3녀 이순희씨 등도 포함됐다.
삼성가 일동이 낸 탄원서에는 이재현 회장이 예전부터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고, 지금의 상태로는 수감생활을 견뎌낼 수 없으니 선처를 해달라는 내용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회장의 부재로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고 투자 타이밍을 놓쳐 CJ 그룹 경영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달라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관계자는 “오너 일가 차원에서 결정한 사안이니 만큼 자세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면서도 “이건희 회장의 장기 입원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범 삼성가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가족들 간 갈등의 소지를 해소하는 한편, 투병 와중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집안의 장손인 이재현 회장을 살려야겠다는 심정에서 탄원서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삼성과 CJ는 지난 2012년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유산 소송을 제기하면서 사이가 갈라졌다.
이후 삼성 직원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하는 사건이 불거졌고, 고 이병철 회장 선영 출입문 사용 문제 등을 놓고도 다툼을 벌이는 등 감정의 골은 깊어만 갔다.
재계 관계자들은 손을 맞잡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관장 등이 이재현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한 목소리로 선처를 부탁한다고 재판부에 호소하고 나선 것은 범 삼성가 차원에서 두 그룹간 화해를 유도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이재현 회장은 1990년대 중·후반 조성한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작년 7월 구속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은 그는 다음달 4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 회장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8월 신장이식 수술을 위해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은 뒤 항소심 재판부가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한차례 수감되기는 했지만 이후 다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지난 14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 회장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다.
건강 악화로 신경안정제를 맞으며 결심공판에 출석한 이 회장은 “살고 싶다”며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했고, 그에 앞서 자필 탄원서를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