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정국서 박근혜 대통령 입만 바라보는 집권여당, 사실상 직무유기
2014-08-27 17:20
[정치 리더십 실종②] 靑 거수기로 전락한 與, 수평적 당청 관계가 답
아주경제 최신형·김정우 기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국회가 올스톱됐다. 19대 국회 들어 여야 모두 ‘합의의 정치’를 외쳤지만, 집권여당의 일방통행식 국회 운영과 야당의 초강경 노선이 분열과 대립의 정치를 불렀다. 툭하면 광장 정치를 일삼는 야권과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한 집권여당이 맞물리면서 ‘리더십 공전’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아주경제는 총 3회 기획을 통해 특정 정당이 특정 노선만을 추종하는 퇴행적 정치 문화의 원인을 되짚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적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파국으로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자 해마다 반복되는 ‘기형적인 정치제도 및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후속 조치는커녕 진상규명 조차 난항을 겪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 대한 비판도 심화되는 모양새다.
게다가 집권여당이 강제 당론 등 정당기속만을 강조하면서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한 것도 여야의 극한 대립에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헌법기관임에도 강제 당론을 거부할 경우 ‘배신자 낙인→권력자 눈치 보기→수평적 권력분점 붕괴→1인 중심의 보스정치 문화’ 등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얘기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27일에도 세월호 특별법 여야 합의를 위한 묘수를 내놓지 못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으면 ‘정치는 4류’”라고 비난했다. 7·14 전당대회에서 ‘할 말은 하겠다’며 강한 리더십을 앞세운 김무성식 정치는 사라진 셈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무성 역할론’을 띄우며 교착 국면을 풀 적임자로 김 대표를 지목하고 있지만, 그는 “내가 나설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지난 23일 열린 새누리당 연찬회에서는 대통령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에 돌입한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만나선 안 된다는 발언도 나왔다.
이 같은 새누리당의 주장은 여야의 문제는 국회가 해결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입장과 맥락을 같이한다.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등 일부 유가족들과 야당의 책임론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까닭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세월호의 ‘세’자도 꺼내지 않았다.
◆與野 정쟁구도,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野 극단주의도 한몫
문제는 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숙의 민주주의를 무시한 정치 문화가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제도 및 문화에 대한 근본 처방 없이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정치 공학만이 난무한다는 점이다.
한국 정치의 정쟁 구도는 간단하다. 여야는 정치 이슈마다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진영논리’를 앞세운다. 대통령은 ‘삼권분립’을 내세워 여야에 합의 정치를 촉구한다. ‘대통령 책임론’ 뒤에 숨은 야당은 광장 정치를 펼친다. 이에 여당은 국회 파행의 책임을 야당에 떠넘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허약한 김무성호의 리더십과 관련해 “대통령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미래권력인 김 대표가 자율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당의 구심점이 약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집권여당 대표의 청와대 눈치보기와 원내대표의 리더십 부재로 사회 갈등의 축인 특정 정당의 특정 진영논리 독식 등 구체제의 문제가 횡행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여기에 한국 정치의 낙후성 징표인 △강제 당론 △여야의 담판 정치 문화 등이 맞물리면서 다양한 계층의 의사가 대표되지 못하는 대의민주주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제왕적 대통령제 등 권위주의적 정치가 여야 정쟁의 근본적 원인이지만, 모든 문제를 대통령에게 귀결시키는 정치 풍토, 극한 대립 속 담판으로 모든 것을 종결하려는 여야의 정치 문화가 파생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