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박영선·초조한 새정치, 결국 강경노선 회귀…국민은 없고 당권만 있다

2014-08-26 16:52
[정치 리더십 실종-①] 野, 툭하면 광장 정치…당권 투쟁이 화 자초

세월호 가족대책위가 4일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배상이나 보상이 아닌 진상규명" 이라고 밝히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아주경제 최신형·김정우 기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국회가 올스톱됐다. 19대 국회 들어 여야 모두 ‘합의의 정치’를 외쳤지만, 집권여당의 일방통행식 국회 운영과 야당의 초강경 노선이 분열과 대립의 정치를 불렀다. 툭하면 광장 정치를 일삼는 야권과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한 집권여당이 맞물리면서 ‘리더십 공전’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아주경제는 총 3회 기획을 통해 특정 정당이 특정 노선만을 추종하는 퇴행적 정치 문화의 원인을 되짚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적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근 1년 만이다. 지난해 7월 31일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에 반발해 광장으로 나간 제1야당이 26일 전면적 투쟁을 선언하며 초강경 노선으로 회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의 단식농성으로 촉발된 야권의 광장 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 겸 원내대표와 소속 의원·당직자들은 이날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세월호특별법 제정촉구를 위한 대여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비상체제 돌입을 선언했다.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위한 요구에 응답할 때까지 유가족과 국민 곁에서 싸우겠다”고 박근혜 대통령과의 대립 구도를 분명히 한 뒤 단식 44일째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 등을 비롯해 세월호 유가족들을 찾았다. 

새정치연합 내부적으로는 국회 철야 농성 등 원내투쟁에 방점을 찍고 있으나, 강경파를 중심으로 ‘사즉생’의 각오로 싸워야 한다는 기류가 적지 않아 전면적인 거리 투쟁을 선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명이 민주당에서 새정치연합으로, 당 대표가 김한길 체제에서 박영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바뀌었을 뿐, 제1야당 내부에 뿌리 깊게 박힌 낡은 이념과 노선 투쟁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새정치’ 안에 대안정당·수권정당을 위한 전략은 없고 구체제만이 남은 셈이다.

◆‘거리 투쟁→국회 보이콧→부실 예산’ 도돌이표…문제는 당권 경쟁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에 나선 김영오씨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오른쪽)[사진=문재인 블로그]


문제는 야권의 강경한 투쟁이 민생 국회의 퇴로를 막고 있다는 데 있다. 과거에도 야권 강경파에 의해 여야 합의안이 무산된 뒤 ‘거리 투쟁→국회 보이콧→부실 예산 국회’ 등이 반복된 터라 구태 정치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7·30 재보선 참패 이후 박 위원장이 탈(脫) 투쟁 정당을 선언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경 투쟁을 선택했다”며 “야권이 과거 투쟁 방식을 버리지 못할 경우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민주 대 반(反)’ 구도 속에서 단행된 신군부 시절의 김영삼 전 대통령(YS) 단식이 강한 명분을 가진 반면 현재 야권이 국정원 대선 개입과 세월호 정국에서 명분 싸움에서 밀리는 이유도 이런 맥락과 무관치 않다.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의 직접 만남 직후 비상체제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박영선호(號)의 강경 투쟁은 당의 존재감을 높이는 고육지책적 성격이 짙다. 계파 갈등으로 당이 와해될 위기에 처하자 ‘거리 투쟁’를 고리로 시선 돌리기를 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내부 위기를 외부 환경으로 타파하는 전형적 수법을 사용함에 따라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이 국론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대야 공세를 폈다. 

◆野 투쟁 장기화, 지지율 하락 불가피…추석 민심이 정국 분수령

일각에선 낮은 지지율에 시달리는 박 위원장이 세월호 특별법 합의 과정에서 차기 당권을 노리는 친노(친노무현)그룹 등 강경파에 두 번이나 밀리면서 새정치연합의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부 지방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 농성장에 비가 들이치고 있다. 기상청은 22일까지 중부와 경북지방에 돌풍과 벼락을 동반한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면서 최대 120mm의 큰비가 내리겠다고 예보했다[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timeid@]


범야권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 정치 이슈와 내부 권력 투쟁이 맞물릴 때마다 반복된 야권의 ‘전략적 극단주의’가 세월호 정국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얘기다.

눈여겨볼 대목은 지난해 국정원 정국에서 제1야당이 원내 복귀 후 원내외 투쟁 병행을 한 시점을 기준으로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점이다.

리얼미터 조사 결과, 구민주당이 장외 투쟁을 벌인 지난해 7월 다섯째 주 정당 지지율은 일주일 전 대비 2.5% 포인트 하락한 23.2%였다. 이후 민주당은 ‘24.5%→24.9%’ 등으로 지지율이 상승했다. 야권 한 관계자는 “원내외 투쟁을 하면서 야권의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야권이 투쟁이 장기화될수록 40대 중도층의 이탈이 불가피한 만큼 원외 투쟁과 분리 국감 등의 원내 투쟁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써야 한다”고 충고했다.

전문가들은 새정치연합이 대안 정당의 면모를 보이지 못한 채 ‘거리·광장의 정치’를 벌이는 것은 부담이 큰 만큼 추석 민심 전후로 투쟁 방식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미현 알앤서치 소장은 “야권의 강경 노선 선택이 타이밍상 너무 늦은 만큼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겉으로는 강경 투쟁을 하는 것 같지만, 내달 6일 전후로 원내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