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참상' 막으려다 더 큰 참상 부른다

2014-08-25 17:15

강정숙 정치부 기자[사진=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여든 넘어 아흔의 나이에 세상을 뜬 고인을 두고 그의 가족에게 '호상(好喪)'이라며 조문한다. 하지만 '100세 시대' 사는 우리에게 '오래 살고 행복하게 지내다' 라는 기준이 달라져서 이제 이런 인사는 조심스럽다.

반면 오래살게 됐는데도 불구, 호상의 반대편 '참상(慘喪)'은 늘어만 간다. 참상은 젊어서 죽은 이의 장례 이름이다. 여러  참상이 있지만, 최근 우리를 경악케 한' 참상'은 병영내 선임병들에게 구타를 당해 사망한 '윤일병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일각에서는 부대 내 만연한 폭력·가혹 행위에 경악하고 '곳곳에 악마가 들끓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곪아버린 상처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가운데 육군참모총장이 "향후 엽기적인 행위가 지속·발생하는 군 부대를 즉각 해체하는 특단의 조치도 불사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얼마전 세월호 사건 후 대통령이 '해경 해체'라는 조치를 취했을 때와 비슷하다.

문제가 생겨 통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그 통제 능력을 완전히 버리는 꼴이다. '부대 해체'라고 말한 참모총장은 현재 적과 대치중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망각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

부대를 해체하면 국가 방위는 누가 할 것인가.

문제가 있으면 개혁을 하고 혁신을 통해 새로운 제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교육을 통해 바꾸기도 전에 무조건 없애겠다는 것은 마치, 기차 맨 마지막 칸에 난 불을 끄기 위해 그 칸을 없애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그 칸을 없애고 나면 그  앞 칸이 다시 마지막 칸이 된다는 사실. 

또 참모총장의 발언은 국민세금으로 유지되는 병력이 때에 따라서는 해체해도 되는, 그야말로 남아도는 병력이 많다는 의미로 들릴 수 있다. 그동안 국민세금을 낭비했다는 것을 자백했다는 의미의 해석이 가능하다.

만약 이런 내용에 따라 국방부가 28사단을 포함해 문제의 부대를 일일이 다 거론한다면 이를 지켜보는 북한 당국의 귀가 '쫑긋쫑긋'할 것이다. 군 수뇌부의 통제 능력 상실이 우려스럽다. 그래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