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젊고 활기 넘친 순죠자의 땅 한국 방문은 커다란 선물"
2014-08-21 17:15
바티칸 교황청에서 4박5일간 방한 소감 밝혀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주님께서 한국 국민을 축복해 주시고 그들에게 평화와 번영의 선물을 주시길 기도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20일(현지시간) 바티칸 교황청 바오로 6세홀에서 열린 수요 일반 알현에서 지난 4박5일간의 방한 소감을 밝혔다.
교황은 이번 방한에 대해 '기억과 희망, 증언'이라는 세 단어로 설명했다.
교황은 "한국은 경제적으로 두드러지게 빠르게 성장한 나라"라며 "국민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고 규율을 따르며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이고 선조에게 전해받은 힘을 지속해가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기억과 희망의 수호자"라며 "과거 순교자들의 기억은 현재에서 새로운 증언이 되고 또 미래의 희망이 된다"고 덧붙였다.
교황은 "한국 교회는 신앙 위에, 선교의 사명 위에, 그리고 평신도의 순교 위에 세워졌다"면서 "한국의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당시 사회의 온갖 차별을 극복하는 형제적 사랑을 실천하면서 마치 예루살렘의 사도 공동체처럼 보여졌다"고 말했다.
이어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라는 마태오 복음을 인용해 "그래서 저는 오늘날의 그리스도인에게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을 통해 관대해지도록 용기를 줬다"고 했다.
교황은 "한국의 신앙 역사 안에서 문화를 말살하지 않고, 수 백년 수 천년을 거친 백성들의 여정을 억압하지 않으면서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와 같은 소중한 형제들을 볼 수 있다"며 "만일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머문다면 우리 역시 순교자처럼 그리스도의 승리를 증언하고 그 승리에 참여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어 "전쟁과 분단의 결과로 고통받는 한국의 모든 자녀들이 형제애와 화해의 여정을 이룰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했다. 아울러 "다시 한번 형제인 한국의 주교들과 대통령, 그리고 다른 모든 공직자와 저의 방문을 위해 도움을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교황의 한국방한 소감(번역 및 감수: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황 프란치스코 일반 알현 교황청 바오로 6세홀
2014년 8월 20일 수요일 아침 10시
한국의 사도적 방문.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며칠 동안 저는 한국 방문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오늘, 여러분과 함께 저는 주님께 이 커다란 선물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순교자들의 증언 위에 세워졌고 선교의 영에 의해 활기가 넘치는, 젊고 역동적인 교회를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지역은 아시아의 오랜 문화와 복음의 끊임없는 새로움이 만나는 곳으로, 이 두 가지가 조우하는 곳입니다.
저는 다시 한번 형제인 한국의 주교들과 대통령, 그리고 다른 모든 공직자들과 저의 방문을 위해 도움을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사도적 방문의 의미는 세 가지 단어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 기억, 희망, 증언입니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두드러지게 빠르게 성장한 나라입니다. 국민들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고 규율을 따르며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선조들로부터 전해 받은 힘을 지속해가는 사람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회는 기억과 희망의 수호자입니다. 교회는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선조들로부터 받은 신앙의 불꽃을 전해주는 하나의 가족입니다. 과거 순교자들의 기억은 현재에서 새로운 증언이 되고 또 미래의 희망이 됩니다. 이런 전망에서 이 방문의 주요한 두 행사의 의미를 읽을 수 있습니다. 이미 30년 전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성된 성인들을 뒤잇는 124위 한국 순교자들의 시복식과 여섯 번째 아시아 청년대회에서 젊은이들을 만난 것입니다.
젊은이는 항상 삶의 가치를 위해 무엇인가 찾는 사람이고 순교자는 자신의 삶을 내어줌으로써 무언가에 대한, 아니 그분에 대해 증언하는 사람입니다. 이것은 아버지에 대한 증인인 예수 안에서 육신을 취한 하느님 사랑의 현존입니다. 방문의 이 두 행사 안에서 청년들에게 주어진 부활하신 주님의 영은 우리를 기쁨과 희망으로 충만케 했습니다. 청년들은 이 기쁨과 희망을 서로 다른 자신의 나라에서 잘 실천할 것입니다!
한국의 교회는 신앙의 빛 안에서든지 복음화의 성과 안에서든지 평신도들이 갖는 중요한 역할에 대한 기억을 보존합니다. 사실 이 땅에서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선교사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1700년대 후반 한국의 젊은이들에 의해 세워졌습니다. 이들은 그리스도교의 문서들에 매료되어 그것을 깊이 공부했으며 삶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들 중 한명은 세례를 받기위해 베이징으로 파견되었고 그는 동료들에게 세례를 주었습니다. 이 첫 번째 작은 모임으로부터 커다란 공동체로 발전되었습니다. 그들은 처음부터 거의 한 세기에 이르기까지 천여 명의 순교자를 낸 극심한 박해를 견뎠습니다. 그렇기에 한국 교회는 신앙 위에, 선교의 사명 위에 그리고 평신도들의 순교 위에 세워졌습니다.
한국의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당시 사회의 온갖 차별을 극복하는 형제적 사랑을 실천하면서 마치 예루살렘의 사도 공동체처럼 보여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날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마태오 복음 25장에서 말하는 바를 따라 소외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을 통해 관대해지도록 용기를 주었습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한국의 신앙 역사 안에서 문화를 말살하지 않고, 수 백년, 수 천년을 거친 백성들의 여정을 억압하지 않으면서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와 같은 소중한 형제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선한 것을 폐지하지 않으시고 그것을 발전시켜 완성에 이르게 하십니다.
반면에 그리스도께서 싸우고 뿌리 뽑는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그리고 백성과 백성 사이에 불화를 심는, 물질이라는 우상으로 인해 이웃을 배타적으로 대하고 청년들의 마음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독을 심는 악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물질이라는 우상과 싸우고 당신의 사랑의 희생을 통해 승리하셨습니다. 만일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안에 머문다면 우리 역시 순교자들처럼 그리스도의 승리를 증언하고 그 승리에 참여하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이같은 신앙 안에서 우리는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함께 기도합시다. 전쟁과 분단의 결과로 고통 받는 한국의 모든 자녀들이 형제애와 화해의 여정을 이룰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 방문은 승천하신 성모님의 축제로부터 환히 밝혀졌습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다스리시는 높은 곳으로부터 교회의 어머니는 하느님 백성의 여정을 함께 하시고, 무거운 발걸음을 지탱해 주시고, 시련에 있는 이들을 위로하시며 희망의 지평을 열어주십니다. 어머니다운 성모님의 중재를 통해 주님께서 한국 국민들을 축복해 주시고 그들에게 평화와 번영의 선물을 주시길 기도합니다. 또한 항상 많은 결실을 맺고 복음의 기쁨이 충만하도록 한국 교회에도 축복해 주시길 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