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승연에게 경연 프로그램 ‘보코’와 ‘불후’란?
2014-08-21 17:10
쏟아지는 폭포수처럼 거침이 없이 음악 인생을 펼친 듯 하지만 알고 보면 가시밭과 같은 삶을 살았다. ‘보코’에서 떨어지면 음악을 접어야겠다고 다짐한 마지막 도전, 마음을 놓고 부담없이 즐겼던 탓인지 행운 여신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열네살 손승연은 학교 팝송 대회에서 들었던 박수와 환호의 매력에 빠져 무대 위에 설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수많은 기획사의 문을 두드렸지만 단 한 곳의 합격 소식을 듣지 못한 채 참패를 겪어야 했다. 가슴에 비수처럼 꽂히는 말도 들었다. “걸그룹에 어울리지 않는 얼굴” “TV 앞에 나올 비주얼은 아니네” “가수보다 다른 일 알아보세요”라는 상처의 말은 오히려 노래에 집중하며 내공을 닦을 수 있었던 숯돌이 됐다.
“넌 하고 싶은 걸 쉽게 할 수 있어서 부럽다”는 친구들의 말에 손승연은 단호히 고개를 젓는다. “한 분야를 몇 년 동안 꾸준히 두드린 결과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았는지 안다면 쉽다는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보코’ 이후 대학 진학을 꿈꾼 손승연은 미국 버클리음악대학에 진학했다. 버클리는 손승연에게 배움의 기쁨을 준 새로운 영역이다. ‘보코’ 오리지널 미국 프로그램 ‘더 보이스’의 명성 덕에 한국판 우승자라고 소개하면 현지에서 꽤 인기 있는 학생이 됐다. 그러나 세계적인 음악 명문대인 만큼 각국의 가수들이 또 다른 배움을 위해 모여들었다. 공부에서는 누구나 똑같다는 걸 깨달으면서 손승연은 초심으로 돌아갔다. 어쩌면 어린 나이에 많은 걸 얻어 거만할 수 있던 손승연을 잡아준 건 미국 생활이었다.
“버클리 친구들하고 버스킹 공연을 하게 됐어요. 굉장히 체계적으로 도움을 받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어요. 모여든 사람들 앞에서 저를 한국 사람이라고 소개해야 하는데 마치 국가대표로 나간 기분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중간중간 멘트도 철저하게 준비했어요. 이런 반응일 때는 이런 문장, 저런 반응이면 이 단어를 써야지 하면서요. 자부심이 들더라고요.”
다시 한국에 돌아온 손승연은 행여나 자신의 존재감을 잊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에 앞섰다. 그러나 뜻밖에 행운으로 다시금 이름을 알렸다. 바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OST ‘렛 잇 고(Let it go)’ 커버 영상이 손승연의 네잎 클로버가 됐다.
“정말 (화제가 될지) 몰랐어요. 이미 미국에서 ‘겨울왕국’이 인기를 얻고 있어서 한국에서 열풍이 불기 전에 연습 영상을 찍어 올리자고 했거든요. 연습 영상도 그전부터 계속 해오던 거였고요. 평소처럼 녹음했는데 엄청난 관심을 주셔서 저도, 회사도 놀랐어요. 잊힐 수도 있는 저를 다시 주목하게 해준 고마운 아이죠.(미소)”
그간 이별 노래만 불러왔던 손승연은 ‘재회’라는 주제의 ‘다시 너를’을 삽입해, 만남-사랑-이별-그리고 재회라는 스토리를 완성했다.
“발라드 가수라는 이미지가 강해서 앞으로는 리드미컬한 노래를 할 계획이에요. 대중이 너무 놀라지 않게 ‘불후의 명곡’에서 차차 보여드리려고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정말 행운이고 감사해요.”
KBS2 ‘전설을 노래하다-불후의 명곡2’(이하 ‘불후’)에 첫 출연 후 우승을 거머쥐며 이제는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보코’는 가수가 되기 위한 오디션이라면 ‘불후’는 기성 선배들과의 경합이라는 점에서 마음가짐이 남다르다. 선배들의 무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된다.
이름은 알렸지만 손승연에게는 히트곡이 없다는 딜레마가 있다. 그러나 아직 어린 나이, 기회는 많고 미래는 창창하기에 급한 마음 없이 꾸준히 음악 생활을 할 거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언젠가 시대를 막론하고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의 주인공이 되겠다고 소망했다.
‘보코’ 출신 손승연이 ‘불후’의 무대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의 성장을 가늠할 수 있다. 다음에는 전설로 자리하고 있는 그의 행복한 먼 미래를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