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잘하는 '연기돌' 3명 추가요"… 박형식·정용화·디오
2014-08-19 14:02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연기돌. 연기와 노래를 겸업하는 스타를 칭하는 신조어다. 스크린과 텔레비전, 가요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배우인지 가수인지 헷갈릴 정도로 활약하는 스타를 두고 우리는 '연기돌'이라 부른다.
연기돌의 등장 초반 시청자의 반응은 냉랭했다. 부족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스타성을 앞세운 이들의 등장이 달갑지 않았던 사람들은 정통 연기자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또 일각에서는 한류의 질을 떨어뜨리는 섣부른 캐스팅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던가. 혹평 속에서도 꿋꿋이,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연기돌은 최근에서야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변호인'에서 임시완(제국의아이들)이 보여준 발작 연기, '갑동이'에서 이준(엠블랙)이 보여준 사이코패스 연기는 연기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고, 연기돌 단어 자체를 부인했던 시청자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각인됐다.
이준과 임시완, 한선화 등이 연기력 논란 꼬리표를 뗀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이들의 뒤를 잇는 연기돌이 등장했다. '진짜 사나이'에서 뚝심 있는 열혈 청년으로 시청자와 만났던 박형식(제국의아이들)과 '미남이시네요'를 통해 연기자로 먼저 데뷔한 정용화(씨엔블루), 그룹 엑소로 10만 팬을 거느린 디오(엑소)가 그 주인공이다.
박형식의 연기 내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관계자의 전언에 따르면 박형식의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다. '드라마 스페셜-시리우스'를 시작으로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까지 장르를 불문한 작품 선택으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왔다. 또 뮤지컬 '삼총사', '보니앤클라이드' 등 내공과 집중력이 필요한 무대에서 경험을 쌓으며 자신감을 키웠다.
박형식은 '가족끼리 왜이래' 제작발표회에서 "잘 못해도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예쁘게 봐 주신 것 같다. 더 좋은 결과를 위해 열심히 연기 레슨도 받으며 노력 중이다. 선생님들, 선배님들이 친절하게 가르쳐 주셔서 많이 배워가며 촬영 중"이라며 "집에서도 막내고 그룹에서도 막내다 보니까 투정부리는 연기는 자연스럽게 잘하는 것 같다"고 기대를 부탁했다.
17일 첫 방송된 tvN 일요드라마 '삼총사'(극본 송재정·연출 김병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첫 시작부터 종료까지 1회 전반을 아우르며 극을 이끌었다. 과거 시험을 방해하는 악당을 소탕하는 액션신이라든지, 첫사랑 윤서(서현진)가 이미 혼인해 세자빈이 되었다는 소식에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었다. 상남자와 순정남을 오간 그의 연기는 '미남이시네요'를 시작으로 '넌 내게 반했어', '미래의 선택'을 거쳐오면서 다듬어진 내공일게다.
정용화는 '삼총사'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첫 사극 출연에 대해 "현장에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촬영하고 있다. 처음에는 사극이 처음이라 많이 낯설었는데 어느 순간 젖어 들어가는 것 같다"며 "이동할 때마다 차로 이동하기보다는 말로 이동하고 싶을 정도다. 양말보다는 버선이 더 편하다"고 재치있는 소감을 밝혔다.
드라마 출연은 '괜찮아 사랑이야'가 처음인 디오는 조인성, 공효진, 성동일 등 기라성 같은 선배 배우 사이에서도 독보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언론과 평단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실제 문화평론가 허지웅은 최근 JTBC '썰전'에서 "디오는 지금 폭풍의 핵이다. 나는 처음에 디오 씨가 아이돌인 줄 몰랐다. 조인성 씨와 달리면서 웃다가 우는 장면이 있는데 말로 표현해서 쉽지 정말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인데 잘해줬다"고 칭찬했다.
연기돌이 단순히 '발연기하는 연예인'으로 치부됐던 시대는 지났다. 자신의 기량을 십분 발휘하며 작품에 활력을 더하는 연기돌의 등장은 반갑다. 혹독한 연습으로 갈고 닦은 연기돌의 성장, 진부한 연기는 외면받지만 진보한 연기는 박수받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