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아모레퍼시픽 막말 파문 '무혐의'…영업망 강탈 '용두사미'

2014-08-18 16:20
아모레 영업팀장 욕설파문 ‘무혐의’ 결정…방판원 빼돌리기 별개로 '제재'
現유사사건 신고로 접수된 지난 2009년 조사땐 뭘했나?…점주피해 키운꼴

- 아모레퍼시픽 영업팀장의 욕설파문 ‘무혐의’…목표강제·거래종료·구입강제 '허탕'

-방문판매원 빼돌리기 등 별개 사건 '제재'…관련 매출 산정 못해 '정액과징금 처벌'

-지난 2009년 조사 당시 아모레퍼시픽 관련 혐의 불공정 잡지 못해…점주 피해 키워


 

[사진=아주경제신문DB]

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남양유업 사태에 이어 대리점주의 운영 포기를 강요하는 등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아모레퍼시픽 영업팀장의 욕설 파문이 ‘무혐의’로 결정났다. 다만 특약점주의 의사를 묵살하고 방문판매원을 빼돌리는 등 아모레퍼시픽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가 적발되면서 과징금 5억원이 처벌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아모레퍼시픽 봐주기’ ‘고무줄 잣대’ ‘여론 눈치보기식’이라는 비난은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조사 당시 아모레퍼시픽의 이른바 대리점 쪼개기(강탈) 등 유사한 신고 사건을 제재하지 못한 채 공정당국이 점주들의 피해만 키운 셈이 됐기 때문이다.

◇ 아모레퍼시픽 ‘대리점 쪼개기’…욕설 파문 ‘무혐의’

18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는 화장품업계 1위인 아모레퍼시픽 영업팀장이 대리점주에게 폭언하는 녹취록 공개 등 지난해 파문이 일었던 대리점 운영 포기 사건에 대해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무혐의’ 조치했다.

지난해 10월 정무위원회 소속이던 이학영 의원(현 새정치민주연합)은 아모레퍼시픽 피해특약점(대리점)협의회로부터 전달받은 음성 녹취 파일 중 대리점 운영을 포기 내용이 담긴 갑의 횡포를 공개한 바 있다.

당시 피해업주 30여명은 아모레퍼시픽의 불공정 거래 여부를 조사 중이던 공정위에 해당 녹음파일을 증거로 제출했고, 국회 정무위도 국정감사에 아모레퍼시픽 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등 여론에 뭇매를 맞아왔다.

국감장에서의 요지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2007년 잘나가던 대리점에 판매사원을 빼내고 직영점으로 만들었다는 것. 이 의원은 본사에서 하는 ‘쪼개기’를 버틸 대리점주가 누가 있겠냐며 깡패들이 나이트클럽을 빼앗는 행위에 비유했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도 아모레퍼시픽 등 화장품 가맹본부의 불공정 혐의에 대해 엄중 조치를 약속하는 등 공정위가 욕설파문과 관련해 공정거래법상 목표강제와 거래종료, 구입강제를 조사해왔다. 그러나 해당 건은 혐의 없음으로 일단락된 상황.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당시 목표강제에 대해 살펴봤을 때 목표 부여는 사실이나 대부분의 특약점들이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황을 파악했다”며 “목표를 달성하지 않았다고 해서 목표 달성에 대한 불이익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무혐의 사유를 밝혔다.

거래종료에 대해서는 계약기간이 만료된 이후 갱신이 거절되는 경우는 공정거래법상 법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구입강제의 경우도 남양유업처럼 구입을 임의로 할당하거나 영업사원이 전산망을 임의로 조작하는 등의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

◇ 방판원 빼돌리기 등 영업망 강탈 '5억 처벌'…2009년 건은?

공정위는 이와 별개로 잘나가는 특약점의 방문판매원을 빼돌리는 등 거래상 지위 남용을 일삼은 행위를 따로 제재했다. 신고와 조사 시점은 지난해로 특약점 소속 방문판매원을 다른 특약점 또는 직영점으로 강제 이동시킨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5억원을 18일 부과했다.

방문판매원은 특약점주와 카운슬러 계약을 체결하고 특약점주가 제공하는 화장품을 소비자에게 방문판매하는 역할이다. 특약점들은 방문판매원을 모집하고 양성하면서 방문판매 기반을 확대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러한 과정에 개입해 판매고가 높은 특약점의 방판원을 소속 판매원으로 빼돌려 왔다는 혐의다. 때문에 방판원을 뺏긴 특약점은 매출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은 장기간 성장 정체점이나 영업정책 비협조 영업장을 방판원 세분화(이동) 실시 대상에 선정하는 등 관리 수단으로 삼았다.

세분화 작업은 특약점주의 의사를 묵살하고 ‘매너리즘 거래처 자극제로 세분화’라는 이름하에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를 일삼았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앞선 2007년 이와 유사한 사건이 접수되면서 2009년 아모레퍼시픽의 대리점 쪼개기를 포함한 허위세금계산서 발행, 직원 감시, 특약점 해지, 밀어내기, 판촉물 투여 강요 등의 불공정혐의를 철저히 조사하지 못한 공정위 책임도 크다는 게 관련 종사자들의 얘기다.

당시 조사에서 유사한 유형에 대한 불공정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고 ‘재판매가 유지행위’로만 시정명령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모레퍼시픽의 대리점 쪼개기·방판원 빼돌리기 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는 시장구조를 만든 장본인으로는 결국 공정위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시 사건에 대한 담당자가 많이 바뀌면서 현재로서는 파악이 안 되고 있다"며 "아마도 현장조사 과정에 혐의를 잡지 못해 입증이 어려웠을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제재는 구체적인 불공정 혐의가 인정된 유형 중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가 판단된 것으로 본사·대리점 간 우월적 지위 남용에 대해 경종을 울린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모레퍼시픽 특약점주들은 이날 공정위 처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며 제소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