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가 은행, 브렉시트 대비 아일랜드로 이전 검토 중
2014-08-18 14:56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미국 월가의 일부 대형 은행들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일컫는 '브렉시트(Brexit)'의 가능성에 대비해 런던에 있는 유럽 사업부 거점을 아일랜드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씨티그룹, 모건 스탠리 등 미국의 대형 은행들이 브렉시트에 대비해 이 같은 대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은 이미 착수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들은 아일랜드 이전 계획은 아직 초기단계이나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이 은행 연합이 영국을 고립시킬 경우와 영국이 이에 반발해 EU를 탈퇴할 경우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가의 한 대형은행 영국법인 고위 관계자는 "사업 일부를 아일랜드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는 영국의 EU 탈퇴 가능성 때문이라기보다 법적 최적화 방안을 모색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그간 미국과 아시아 은행들 대부분은 런던을 유럽 사업의 거점으로 삼아왔다. 일단 런던에 법인을 두면 EU의 나머지 27개 회원국에 자동으로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렉시트가 현실화 되면 이를 장담할 수 없게 돼 EU 내에서 비즈니스 하는 데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금융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큰 영국에서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 하다.
영국 경제에서 런던 금융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분의 1에 해당한다. 또 영국에서 지난해 말까지 유치한 외국은행은 250개가 넘고, 이들에 의해 710억 달러 어치의 무역 흑자 효과를 냈다. 이는 영국이 EU를 대상으로 거둬들인 무역 흑자규모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수치다.
브렉시트 실행으로 각종 기업 본사들이 런던을 떠나 다른 유럽국가로 이전하게 되면 런던의 금융허브 지위 또한 위태로울 수 있다.
FT는 그간 외국 금융기관들이 런던 대체 도시로 프랑크푸르트나 파리를 선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으나, 낮은 법인 세율과 영어 통용, 영국식 법률 제도 등의 강점 때문에 아일랜드가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영국이 이처럼 EU 탈퇴를 고려하는 것은 금융위기 이후 EU 차원의 규제가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로 은행 감독권이 연내 대폭 강화되는 것도 그 일환 중 하나다. 영국은 EU 청산거래소의 유로 액면 거래 거점을 런던에서 유로 지역으로 옮기는 문제를 놓고 ECB를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내년 5월 총선에서 이겨 집권이 연장되면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실행할 것이라고 밝힌 거듭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