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아웃도어 산업 태동과 국내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

2014-08-19 08:47
-박용학 밀레 상무

[박용학 상무]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연간 8조원, 연평균 성장률 30%,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시장. 국내 아웃도어 시장을 말할 때 빼 놀 수 없는 숫자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해 곧 붕괴될 것이라는 업계 우려에도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의 역사는 국민 삶의 질, 소득 향상과 관계가 깊다. 1900년대 초반 서구에서 처음 등장한 아웃도어는 원래 말에 착장 가능한 가방을 생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

기차와 자동차가 발달하기 전 인간의 유일한 교통수단이 말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교통이 발달하면서 여행용 가방과 백팩, 아웃도어 의류 등이 등장했다.

당시 대부분의 아웃도어는 레저가 아닌 실생활과 밀접한 사냥·벌목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아웃도어는 1970년대 들어 물질적인 풍요와 서양에서 불었던 히피문화의 기승으로 부흥을 맞는다. 아웃도어의 대명사 고어텍스가 만들어진 시기도 이와 맞물린다.

국내 역시 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태동하기 시작해 IMF·베이비붐(1956~63년생) 세대의 은퇴시기를 거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아웃도어=등산복' 개념이 자리잡은 것도 이때다. 최근에는 주 5일제 근무와 '프랜디 대디(친구같은 아빠)' 등으로 가족 단위 캠핑이 증가 한 것도 시장 확대를 견인했다.

앞서 미국은 아웃도어가 규모가 커지면서 캐주얼·스포츠 등으로 세분화됐다. 최근 국내서도 등산이나 캠핑 활동뿐만 아니라 피트니스·사이클·낚시·요팅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아웃도어 업체들이 '등산복'에만 영역을 한정했다면 요즘에는 장소를 불문하고 어느 때든 착용할 수 있는 '도심형 아웃도어'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때에도 정통 아웃도어를 뜻하는 '알피니즘'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자연을 향한 경외와 도전 정신이 아웃도어의 근간이듯 어떤 제품을 기획, 생산 해야 등반가에게 최적의 상태를 제공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 곧 브랜드 경쟁력이 될 것이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무한하다. 지속적인 구매가 이뤄지고, 타 제품의 대체 아이템으로 아웃도어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신규 브랜드도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다.

어떤 브랜드나 제품도 탄생부터 성장, 성숙기를 지나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등산 아웃도어 브랜드 역시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5년, 혹은 10년 후 이런 흐름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의 답은 업계 전체가 어떤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업체들은 요즘 과거와 달리 가볍게 운동을 시작하는 입문층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웃도어웨어를 하나의 패션으로 소화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스타일, 패션성을 더한 어반 아웃도어 라인도 선보이고 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아웃도어 레포츠를 즐기는 모든 이들에게 활동에 제약을 주지 않는 편안한 의류와 장비를 제공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인간이 의복을 착용하는 본질적인 목적과 이유는 외부의 환경적 위험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아웃도어 의류 역시 극한 상황으로부터 신체를 효과적으로 보호해주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 되어야 한다.

단순히 제품을 많이 팔기보다는 어떤 것을 판매할 것인가 고민하고, 개선할 미세한 차이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외연 확장 과정에서도 아웃도어의 출발 정신인 '알피니즘'을 잊지 않고 내실을 다진다면 한국 패션시장을 이끌 넥스트 마켓도 여전히 아웃도어일 수 있다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