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TV①] '삼총사' 첫방, '나인' 사단 일냈다

2014-08-18 09:05

'삼총사' 첫 방송[사진=방송화면 캡처]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이하 '나인')사단이 또 한 번 일을 냈다.

17일 오후 첫 방송된 tvN 일요드라마 '삼총사'(극본 송재정·연출 김병수)는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박한 전개와 카리스마 넘치는 배우들의 연기로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했다. 송재정 작가의 대본에 김병수 PD의 연출, 배우들이 호연이 어우러져 일궈낸 결과였다.

이날 방송은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설명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첫 사랑 윤서(서현진)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과거에 급제하기 위해 한양을 찾은 박달향(정용화)과 시찰을 나왔다가 우연히 박달향과 만나게 되는 삼총사(소현세자(이진욱), 허승포(양동근), 안민서(정해인))의 모습, 그리고 역사 속 귀퉁이에서 치부되어있던 소현세자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지게 될지를 미리 설명했다.

하지만 '삼총사'를 이끄는 제작진이 누구던가. 남녀노소를 불문한 마니아를 형성했던 '나인' 사단이다. 단순히 등장인물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설명하는 데에만 치중하지 않았다.

박달향과 삼총사의 만남은 흥미로웠다. 각종 장애물, 그러니까 쓰러진 말을 보살피는 데 열흘, 호랑이가 출몰해 산을 돌아오는 데 닷새를 소비하고 약 두 달 만에 한양에 도착한 박달향이 머무르게 된 주막에서 사단이 벌어진 것. 자기 아들을 과거에 급제시키기 위해 패거리를 사들인 고위 관료들의 행패가 밝혀졌는데, 예비 급제자들을 때리고 도망가는 패거리를 잡기 위해 나던 박달향이 삼총사에게 도움을 구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박달향은 "관료들이 자신의 자제를 합격시키기 위해 수를 쓰고 있다. 지금 내가 머무는 주막에서 한 남자가 이유도 모른 채 매에 맞아 죽어가고 있다. 저 사람들을 잡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호통치며 삼총사를 이끌었다. 박달향과 삼총사의 활약은 뛰어났다. 온 동네를 휘저으며 악당을 소통하기에 이른 것.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건 소현세자와 박달향 사이에 세자빈 윤서가 있다는 거다. 윤서는 5년 전 박달향에게 결혼을 약조한 여인인데, 소현세자와 혼인해 세자빈이 되어 있었다. 윤서와의 결혼만을 꿈꾸며 산을 넘고 물을 건너온 박달향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았다. 박달향은 첫사랑을 잃은 슬픔에 좌절하며 눈물을 흘렸다.

'나인' 사단의 센스를 엿볼 수 있었던 건 이 장면에서다. 아내 윤서의 마음이 담긴 서신을 가져온 박달향을 음모죄로 의금부에 넘겨도 모자랄 판에 첫사랑을 잃은 슬픔에 빠진 그에게 위로주를 하사하는 소현세자의 모습이 아이러니한 웃음을 자아낸 것. 게다가 두 사람이 심각한 대화를 나누는 술집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국악 버전의 '빠빠빠'라니. 웃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연출 감각은 김병수 PD 특유의 것이었다.

'나인' 사단이 낳은 최고의 배우 이진욱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신분을 숨기기 위해 자신을 삼총사 중의 한 명으로 소개하는 장면이라든지 실의에 빠진 박달향을 위로하기 위해 술을 주문하는 장면, 윤서와 박달향의 애달픈 사랑을 직접 목격한 장면에서 그는 각기 다른 눈빛으로 연기했다. '나인'에서와는 또 달랐다.

송재정 작가와 김병수 PD는 드라마 군데군데 다양한 볼거리를 포진시켰다. 컴퓨터 그래픽(CG)로 표현된 박달향의 상경기, 화려한 액션으로 무장한 한양 어귀에서의 패거리 소탕 작전 등은 시청자의 몰입을 유도하는데 한몫했다. 또 알렉상드르 뒤마의 소설 '삼총사'와 역사 속 소현세자의 이야기를 접목하면서 앞으로의 전개에 흥미까지 더했다.

이렇듯 '나인' 사단은 또 한 번 일을 저질렀다. 시청자는 물론 언론과 평단의 호평을 이끌었던 '나인' 사단이기에 '삼총사'는 믿고 볼 만 하다. 돌아오는 일요일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