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서소문성지 방문..환환 미소 거둔채 슬픈 얼굴로 묵념

2014-08-16 14:01

[서소문성지에서 묵념하는 교황.사진=공동취재단]

[서소문성지에서 기도하는 교황.사진=공동취재단]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공동취재단) =환한 미소는 잠시 거두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 사흘째인 16일 서울 서소문 순교성지를 방문해 약 3분간 묵념했다. 항상 온화한 미소를 지었던 교황의 얼굴은 슬픔에 싸인 듯했다.

 교황은 16일 오전 8시55분 한국에서의 전용차 ‘쏘울’을 타고 서소문 순교성지를 방문했다. 교황이 입장하자 화동들은 꽃을 선물했고 교황은 현향탑 앞에서 묵념했다.

교황은 이곳을 찾은 윤지충 바오로를 비롯한 27명 순교자의 후손과 카톨릭 신자, 시민들에게 강복했다.

​ 윤지충 바오로의 후손 윤재석 바오로(74)씨는 "윤지충의 8대 후손 정도 된다. 개인적으로 일생에 없을 것 같은 영광이고 정말 축복받았다. 너무나도 편하시고 인자하신 분이다. 마치 할아버지를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이라고 감격했다. 또 초등학생 마세창군은 "머리에 교황님께서 강복을 해 주셨는데 감동이 벅차올랐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온 야네 아나 마리아(61)는 "아르헨티나에서 왔고 우리 가족을 축복해달라고 했더니 교황님께서 웃으며 알았다고 했다. 교황님의 반지에 키스했다"며 감동을 전했다.

서소문공원을 관리하는 중림동 약현성당 이준성 주임신부는 "교황님 방문으로 잊혀졌던 성지인 서소문 성지가 재조명 받고 순교하신 분들의 순교정신이 드러나는 계기가 돼 기쁘다"라며 "순교정신은 양심의 자유, 모든 사람을 품는 나눔의 사랑, 신분제를 뛰어넘는 평등"이라고 설명했다.

화동 역할을 맡은 성석희(13) 군은 "꽃바구니 밑에 신자들이 쓴 정말 많은 편지가 담겨 있다"면서 "교황님은 만나기도 어려운 분인데 가까이서 뵙게 돼 참 좋다. 가난한 사람들 많이 도와주셔서 좋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교황이 이날 방문한 서소문 성지는 1801년부터 1866년까지 100여 명의 천주교인이 처형됐으며, 이 중 44명이 성인이 되어 국내 최대의 천주교 성지로 자리 잡았다. 공원의 명물인 천주교 기념탑은 1984년 12월 순교자 현양 탑이 세워졌으나 1999년 5월 15일 다시 건립했다. 15m 높이의 주탑과 13좌우 대칭탑 등 3개의 탑으로 이루어져 있다. 탑 기단 위는 유리로 막아 물이 흐르도록 했는데 박해와 죽음의 상징인 칼과 생명의 상징인 물을 대비시킨 것이다.

한편 이날 참배는 당초 일정에는 없었으나 염수정 추기경이 성지가 지닌 의미를 고려, 강력히 추진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교황은 서소문성지에서 오전 9시경 무개차를 타고 광화문으로 이동했다.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4위’ 시복식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서다. 이날 광화문광장에는 17만명의 신자등 50만명이 오전 7시부터 모여 교황을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