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러시아 지원물품 거부...갈등 지속

2014-08-13 11:20

 

러시아가 12일(현지시간) 인도주의적 지원을 명목으로 우크라이나 동부에 구호물품 2000t을 실은 트럭 280대를 보냈으나, 우크라이나 정부가 국경 진입을 불허하고 나서며 양국간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사진은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 신화사] 


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가 인도주의적 지원 명목으로 급파한 구호물품 차량의 진입을 거부하고 나서면서 양국간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12일(현지시간)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구호물품 2000t을 실은 러시아제 '카마즈'(Kamaz) 트럭 280여대가 우크라이나 동부로 출발했다.  이들 구호물품에는 곡물 400t, 설탕 100t, 유아식 62t, 약품·의료품 54t, 침낭 1만2000개 등이 포함됐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공보수석은 "구호물자 행렬이 우크라이나와 조율된 장소를 통해 우크라이나 영토로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구호물자 운송은 러시아 트럭들이 담당하지만 운송 과정은 국제적십자위원회가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 무력 충돌이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으로 인도주의적 구호물품을 보내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구호물자 수송 트럭의 국경내 진입을 불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드레이 리센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국제적십자위원회와의 조율이 끝나지 않는 한 러시아 차량행렬의 우크라이나 입국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행정실 부실장 발레리 찰리도 자국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러시아 구호물자 차량 행렬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찰리 부실장은 구호물자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도착하는 대로 통관 절차를 거친 뒤 다른 차량으로 옮겨 실려야 하며, 러시아 비상사태부 요원들이나 다른 무력 관련 부서 요원들이 구호물자 차량에 동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러시아는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이 몇 개월째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해왔지만 우크라이나 정부와 서방은 이를 거부해왔다. 러시아가 지원을 빌미로 자국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투입하는 상황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 또한 "러시아가 인도주의 구호 명목하에 그러한 작전(군대 투입)을 펼치기 위한 여건을 만들고 군대를 집결시키는 것을 보고 있다"며 이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오바마 대통령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삼국 정상은 러시아가 인도주의 지원 등을 핑계로 우크라이나 사태에 군사 개입하면 추가 제재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페스코프 크렘린궁 공보실장은 이와 관련 "러시아 군대는 구호물자 수송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도주의 구호물자 지원이 군사작전을 위한 구실이라는 서방의 주장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