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로컬 자동차 기업 '이치샤리' 화려했던 시대는 가고...생사기로 놓여
2014-08-11 15:35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중국 로컬 자동차 브랜드 '빅3' 중 하나인 이치(一汽) 자동차 산하 독자업체인 이치샤리(夏利)가 연이은 적자로 위기에 처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 확대와 기술력 확보로 급성장했던 로컬 브랜드들의 시장상황이 악화되면서 소형차를 주로 생산했던 이치샤리가 지난해 4억8000만 위안(약 803억8500만원)의 적자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4억에서 4억6000만 위안 적자가 예상돼 생사기로에 놓였다고 신징바오(新京報)가 11일 보도했다.
멍쥔쿠이(孟軍奎) 이치샤리 대표는 "올 상반기 소형차 수요가 둔화되고 판매실적이 악화되면서 30%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이치샤리가 소형자동차가 아닌 중형자동차 시장으로 경영 포커스를 옮기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는 있지만 향후 전망도 어둡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동차 전문가인 장즈융(张志勇) 씨는 "이치샤리의 근본적인 문제는 제품 모델이 적은 것이 아니라 각 모델에 특징이 부족하고 정교함이 없기 때문" 이라며 "R&D 역량을 강화해 단 하나의 제품이라도 질과 기능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도요타의 연간 생산량이 1000만대인데 모두 한가지 모델라인의 제품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합자기업들이 중저가 시장 공략을 위해 가격을 낮추면서 로컬 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이 10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 로컬 자동차 판매규모는 363만3000대로 전체 시장의 37.68%에 그쳤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3.48%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이치가 야심차게 내놓은 럭셔리 라인 훙치(紅旗) 역시 대대적인 홍보활동에 비해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훙치 H7의 경우 연간 3만대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실제 연간 판매량은 3000대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십여개 성(省)에서 훙치를 관용차로 구매했고 심지어 왕이(王毅) 외교부장 공무용 차량을 훙치로 바꾸는 등 정부차원에서 국산차 부활에 노력을 기울였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아울러 최근 중국 당국이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도요타의 렉서스 등 글로벌 브랜드 지점을 급습, 독점행위 관련 조사에 나서면서 시장에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중국 당국이 해당기업에게 독점행위 관련 벌금폭탄을 쏟아부을 것으로 보여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조사로 글로벌 브랜드 자동차 가격이 인하될 수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됐다. 글로벌 브랜드의 제품가격이 낮춰지면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는 중국 로컬 브랜드에 오히려 악재가 될 전망이다.
중국 이치자동차 그룹은 현재 이치폭스바겐·이치도요타·이치마쓰다 3개의 합작업체와 디이자동차·이치세단·이치샤리등 독자 브랜드를 갖추고 있으며 상하이자동차그룹(上汽), 둥펑자동차그룹(東風汽車) 등과 중국 대표 로컬 자동차 브랜드로 손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