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갈수록 떨어지는 퇴직 연금, 투자규제 대폭 완화
2014-08-10 11:45
위험자산 투자한도 상향…투자상품도 '네거티브' 방식으로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세법 개정으로 퇴직연금의 세제 혜택은 늘었지만 수익률이 갈수록 낮아져 은퇴 후 소득보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 탓에 퇴직연금의 자산운용 규제가 현행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완화되고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한도도 높아진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 등은 퇴직연금 가입·운용·지급으로 이어지는 모든 단계에 걸쳐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쪽으로 대책을 검토 중이다.
이 가운데 지난 6일 정부의 세법 개정안에 담긴 세액공제 확대가 퇴직연금 가입 촉진책으로서 가장 먼저 확정됐다.
확정급여형(DB형)과 별도로 개인연금계좌(IRP 계좌)를 만들어 추가 납입하거나 확정기여형(DC형)의 납입액을 늘리면 연 3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것이다.
기존의 연금계좌 세액공제 48만 원(400만 원×12%)에 36만 원(300만 원×12%)의 혜택이 얹어지게 됐다.
세액공제 확대와 더불어 추진되는 내용이 수익률 제고 방안이다. 연 700만 원 납입 기준으로 '12%(세액공제)+α(수익률)'에서 α값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는 연금 운용 수익률이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와도 무관치 않다. 매년 현금화되는 세액공제와 달리 수익률은 장래 연금 지급액을 좌우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원금보장 DB형 기준으로 연금 적립액이 많은 20개 은행·증권사·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의 올해 2분기 운용 수익률은 0.73~0.93%, 연율로 2.92~3.72%다.
지난해는 수익률이 3.58~4.12%, 2011~2013 평균 수익률은 4.10~4.88%였다. 수익률이 갈수록 낮아진 것이다. 원금 비(非)보장형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저금리 추세로 수익률이 3%에 불과한 현 상황을 개선하지 않으면 연금 수령 때 연금소득세(3~5%)를 떼고 원금만 돌려받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퇴직연금 도입 초기에는 시장 선점을 위해 역마진을 감수하며 높은 수익률을 제시했지만, 앞으로는 수익률이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익률을 끌어올리도록 연금 운용 단계에서 더 공격적인 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40%로 묶인 DC형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운용 한도를 DB형과 비슷한 60~70%로 상향 조정하는 게 유력시된다.
주식형펀드, 혼합형펀드, 해외 투자적격채권 등으로 상품을 한정하는 '포지티브 방식' 규제도 투자 제외 대상만 열거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뀔 전망이다.
국내 퇴직연금의 92.6%는 DB형에 쏠려 있다. 미국이나 호주처럼 개인이 투자 책임을 지는 DC형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DC형의 규제를 풀어 '저위험 저수익' 투자 위주인 퇴직연금이 '중위험 중수익'에도 투자되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이다.
한 시중은행 퇴직연금 담당자는 "실적배당형 퇴직연금에 대한 유인책을 늘려 자본시장으로 돈이 흘러가도록 하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투자 규제 완화와 함께 선진국처럼 기업의 퇴직연금 가입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가 보수적으로 흐르기 쉬운 기업이 퇴직연금 운용 의사결정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투자원칙보고서가 도입된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처럼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퇴직연금에도 별도의 운용위원회를 두는 것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