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사랑이야', '연애 말고 결혼'에게 배워라
2014-07-31 16:25
방송 전부터 숱한 화제를 낳았다. 조인성과 공효진의 케미(chemistry)도 궁금했지만 '그들이 사는 세상',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통해 세밀한 감정 서술에 강점을 보였던 노희경 작가와 김규태 PD가 만들어낼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기대는 그 이상이었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네 편의 작품으로 호흡을 맞춰 온 '파트너' 작가와 감독은 '괜찮아 사랑이야'를 통해 젊은이들의 꿈과 사랑, 우정을 그리고자 했다. 남녀간의 성과 사랑, 그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갈등과 고민, 혼란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적나라하게 그리면서 젊은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자 했던 거다.
그런데 이 작품, 보면 볼수록 어딘가 불편하다.
평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지상파 방송, 그것도 시청 가능 연령대를 15세로 설정해 놓은 드라마에서 '섹스'라는 단어의 등장이 너무 잦은 게 그 이유다. '성관계'나 '사랑'이라는 말로 순화되어도 모자란데 아예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게다가 '섹스'에 대한 주제로 나누는 등장인물들의 대화가 방송의 절반을 차지하는 전개는 눈과 귀를 의심케 할 정도로 자극적이다.
30일 방송만 보더라도 그렇다. "300일 동안 사귀면서 한 번도 (성관계를)하지 않는 여자가 비정상이지"라든지 "우리가 만나는 3년 동안 본 날짜를 세면 두 달도 안 돼. 나는 너한테 그냥 섹스 파트너였어"와 같은 대사는 여과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성관계를 하지 않는 오래된 연인은 이상하다'는 전제는 불편하다.
정제되지 않은 대사가 현실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수단이었을까. 남성과 여성이 만나 나누는 사랑의 본질을 꼭 '성'에 빗대어 표현해야 했는지 궁금하다. 심금을 울렸던 노희경 작가 표 따뜻한 대사는 사라진 지 오래다.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는 '연애 말고 결혼'. 결혼 집착녀 주장미(한그루), 결혼 질색남 공기태(연우진) 외 결혼이 안 어울리는 남자 한여름(정진운), 결혼이 필요 없는 여자 강세아(한선화), 결혼이 거래인 남자 이동훈(허정민)과 결혼이 로또인 여자 남현희(윤소희)가 말하는 '결혼'은 그 정의와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탄식이 새어나올 정도로 공감된다.
결혼에 관해 각기 다른 생각을 하는 주인공들이 묘사하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심리는 자못 현실적인데, 결코 자극적이지는 않다. 청춘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사랑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담아냈지만 거슬리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리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순정' 드라마다.
"좋아하면 내 눈에 담고 싶고, 내 손으로 만지고 싶다"라든지 "남자는 0아니면 1이다. 좋으면 좋은 거고 아니면 아닌 거다. 그 중간이라 느껴진다면 그건 그냥 0이다" 같은 대사는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자극적인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은 솔직한 대화에서 등장인물이 느끼는 감정이 TV 밖으로 누수없이 전달된다. 그래서 '괜찮아, 사랑이야'가 '연애 말고 결혼'과 비교되고 있는 것이다.
'괜찮아 사랑이야'와'연애 말고 결혼'이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관점은 확연히 다르다. 풀어내는 방식이나 서술하는 과정에도 차이가 있다. 어느 작품이 더 좋은 작품인지, 어느 작품이 더 재미있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어느 작가의 대사가 더 현실적인지를 운운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가 사랑하고 있는 현실은 결코 자극적이지 않다. '괜찮아 사랑이야'가 '연애 말고 결혼'에게서 배워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