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아트톡]'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술가' 제프쿤스 뉴욕 접수, 록펠러센터·휘트니미술관에서 전시

2014-07-27 14:36

록펠러센터앞에 설치된 제프쿤스의 꽃으로 만든 공룡얼굴 조각이 조명과 관광객들의 휴대폰카메라 세례를 받고 있다. [사진=[뉴욕]박현주기자]

[지상 70층,높이 259 m의 록펠러센터앞에 설치된 제프쿤스의  'Split-Rocker'.사진=박현주기자]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뉴욕]=26일밤 밤 9시경. 뉴욕 NBC문앞을 지나자 대낮처럼 밝은 광장이 펼쳐졌다. 다인종의 사람들이 빨려들듯 한곳으로 몰려갔다. 모두들 휴대폰 카메라를 터트리며 인증샷을 찍었다. "저게 뭐지?" 하늘을 찌를듯 솟은 록펠러센터앞에 거대한 동물같은 형상이 귀엽게 앉아있는 모양새다.

'뉴욕의 한 야경'하는 록펠러센터는 이 동물형상의 조각에게 인기를 조금 나눠주고 있다. 낮이고 밤이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 건물앞에 멈췄다가, 와우~하고 이 동물형상의 조각에게 쏟아지는 포토세례를 감당하고 있다. 

'죽기전에 꼭 봐야 할 건축물'로 꼽히는 록펠러센터가 뉴욕시민들에게 가장 인기인 크리스마스 트리자리에 여름내 특권을 준 사람은 현대미술작가 제프쿤스(60)다.  쿤스는 미국에서 앤디워홀 이후 가장 성공한 미술가로 등극해있다. 지난해 11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오렌지색 '풍선개'가 5840만 달러(한화로 약 592억원)에 팔리면서 그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술가'라는 타이틀을 수년째 유지하고 있다.

 지상 70층, 259m의 록펠러센터때문에 자못 앙증 맞아 보이는 동물형상은 제프 쿤스의 조각 'Split-Rocker'다.  높이가 11.3m로 거대한 공룡인형 얼굴 2개가 합체된 모습이다. 그의 대표작 강아지 '퍼피'처럼 꽃화분으로 만든 이 조각은 머리와 몸통 전체에 사용된 꽃만 5만여송이나 된다고 한다. 가고시안 갤러리의 후원으로 9월12일까지 선보인다. 

 이 작품이 설치된 배경은 바로 휘트니 미술관때문. 제프쿤스의 35년 작업생활을 총망라하는 회고전이 지난 6월 27일 개막했다.

 '뉴욕 관광의 필수코스'로 꼽히는 휘트니 미술관도 제프쿤스 덕분에 올해는 관람객들이 더욱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592억원에 팔렸다는 색깔만 다르고 똑같이 생긴 '풍선개'를 비롯해  조각, 회화, 드로잉 등 12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휘트니미술관 입구에 걸린 제프쿤스 안내판. 사진=[뉴욕]박현주기자]
 

 

쿤스의 조각 오렌지색 '풍선개'(Balloon Dog, orange)가 지난해 11월 크리스티경매에서 5840만 달러(한화로 약 592억원)에 팔렸다. 휘트니미술관에서 금색의 풍선개가 전시됐다. 사진=[뉴욕] 박현주기자


이번 제프쿤스의 회고전은 휘트니미술관 사상 최대 규모 전시다. 또한 뉴욕 뮤지엄에서 제프 쿤스의 회고전이 열리는 것도 처음이다. 세계에서 비싼 작가로 등극하자 달라진 대접이다. 에드워드 호퍼, 조지아 오키페를 넘어서는 특혜라는 평가다.  전시는 오는 10월 19일까지다. 

 '키치의 제왕'으로 불리는 제프 쿤스는 첼시에 120여명의 조수를 거느리고 작업을 지휘한다. 조각품을 대량생산하는 '사장작가'인셈이다. 억만장자 대열에 오른 제프 쿤스는 파워 아트딜러 래리 가고시안의 결합으로 세계 미술시장을 쥐락펴락하며 현대미술시장을 주무르고 있다. ​ 고대유물에서 장난감, 대중 스타, 생활용품, 광고판, 그리고 포르노까지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를 허물면서 미술의 팔레트를 넓혀왔다. 얄팍하고 선정적이며 상업적이고 독창성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그의 작품은 그런 비난이 들끓을수록 작품가격은 천정부지로 뛰며 세계 곳곳의 공간을 접수하고 있다.

   증권맨에서 예술가로 변신한 쿤스는 고상함과 천박함을 오가는 자신의 작품을 개념있게 포장해  대중을 현혹한다.  "아트(art)’란 세속적인 것을 초월해 인류의 문명과 공동체의 계몽에 기여하는 것"이라는 그는 "미술은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며 가볍고 재미있는, 그러나 거대한 형태로 사람들을 압도시킨다.
 

휘트니미술관 3층 엘리베이터앞에 전시된 제프쿤스와 치치올리나의 포로노그라피같은 대형 사진.[사진=[뉴욕]박현주기자]


 1955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쿤스는 증권 거래인으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이때 큰 돈을 번 뒤 재산을 모두 자신의 미술 작업에 투자하며 갑자기 예술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는 주로 대량생산물을 통해 고상함과 천박함을 오가지만 가볍고 매끈하고 세련되게 풀어내 시대의 아이콘으로 부상했다.

쿤스가 작품보다 더 유명해진 것은 90년대 초 포르노 배우출신 치치올리나와 결혼하면서다. 이탈리아 국회의원까지 역임한 치치올리나와 성행위를 조각과 사진으로 예술작품화한 '메이드 인 헤븐 시리즈'를 발표, 노골적인 포로노 작품으로 뉴욕미술계를 '포로노 예술'로 뒤집은 장본인이다.  그러나 치치올리나와 이혼후 하드코어 포르노그라피 작업이 변하면서 주가가 더욱 상승했다. 결혼을 청산하고 아들까지 뺏기고 난 상황에서 아들을 위한 작품으로 만든 대형 조각품, 강아지 '퍼피'가 92년 카셀 도큐멘타 인근 알롤젠에 설치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높이 14.2m의 7만개의 꽃화분으로 만들어졌다. 
 

2011년 한국에 온 제프쿤스가 신세계백화점 트리니티 가든에 설치된'세이크리드 하트'를 가리키고 있다[사진=박현주기자]


 우리나라에도 명동 신세계백화점 옥상에 설치된 '보라색 사탕'봉지인 세이크리드 하트(Sacred Heart)로 유명하다. 매끄러운 표면과 풍성한 볼륨감이 마치 공중에 떠있는 풍선처럼 가벼워 보이지만 그의 조각은 알고보면 매우 무겁고 거대하다. 이 작품은 높이 3.7m, 무게 1.7톤의 고크롬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졌다. 파랑·금색·빨강 등 여러 가지로 신세계에 설치된 것은 보라색에 금빛 리본을 묶은 것이다. 쿤스의 작품은 국내에 리움, 나인브릿지골프장, 하이트진로등에 소장되어 있다

한편, 휘트니미술관의 쿤스 회고전은 오는 11월 26일 파리 퐁퓌두 센터, 내년 여름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 뮤지엄으로 순회 전시된다.
 

['키치의 제왕'으로 불리는 제프쿤스의 35년간의 작업을 망라한 회고전이 휘트니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뉴욕]박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