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업계 "스캔들이 기막혀"
2014-07-24 20:03
-한국 강타한 '블레임룩 신드롬'…명품업계 "불쾌해"vs"이용하자" 주장도
명품업계가 때 아닌 '블레임룩(Blame Look)' 열풍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블레임룩은(비난하다+패션)의 합성어로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거나 추문을 일으킨 사람의 패션과 스타일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현상을 말한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로로피아나, 몽클레르, 입셍로랑, 알렉산터 맥퀸, 롱샴 등은 국내 대표적인 '블레임룩'으로 유명하다.
블레임룩으로 화제가 되면서 해당제품이 완판 된 사례는 적지 않다. 최근 A백화점 로로피아나 매장은 하루에도 수십명씩 '유병언 점퍼'를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백화점 매장관계자는 "매장방문 고객이 평소보다 두 세배는 늘었다"며 "구입하겠다는 문의전화만도 하루 수 십통"이라고 전했다.
롱샴코리아 관계자는 "'한예슬 가방'으로 불리던 제품은 판매되지 않아 비슷한 제품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며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고 판매량이 늘어 내부 반응도 긍정적"이었다고 전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판매하던 '몽클레르'도 론칭 초기 블레임룩으로 유명세를 탔다. 해외원정도박으로 지탄을 받던 방송인 신정환 씨가 귀국당시 입었던 패딩이 몽클레르로 알려지면서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
'알렉산더 맥퀸' 도 '신정아 티셔츠'로 인기몰이를 했고, 탈옥수 신창원이 검거 당시 입었던 '미쏘니' 쫄티가 90년대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부상하는 웃지못할 광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를 바라보는 패션 업계 시각도 양분된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언론을 통해 반복 노출되면 고급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브랜드를 움직일 수 있는 주력 타깃층과 일반 대중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반짝 관심이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욕하면서 빠져드는 막장 드라마처럼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면서 브랜드 각인 효과가 월등해지는 건 사실"이라는의견이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일부러 언론에 로고와 브랜드 명을 가려달라고 요청하지 않은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블레임룩은 사건 본질에 관계없이 어떤 인물이 착용하느냐에 따라 브랜드 명운이 갈린다"며 "유병언, 한예슬, 신정아는 '사회적 유력인사, 돈이 많을 것'이라는 가정이 있기 때문에 브랜드 입장에서는 홍보수단으로 나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김재휘 중앙대학교 심리학 교수는 블레임룩 열풍 현상을 '수면자 효과'에 빗대 설명했다.
김 교수는 "처음에는 '사회적 지탄을 받은 인물의 메시지(브랜드)'에 설득 당하지 않더라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인물은 잊혀지고 메시지만 남는다"며 "사건 본질과 상관없이 특정 브랜드가 소비자들의 기억에 오래 남아있게되면 잠재고객의 태도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