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성장경로상 하방리스크 크다"…금리 인하 가나
2014-07-10 16:52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기준금리가 14개월 연속 동결됐지만 오히려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이르면 다음달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한은 경기인식, 부정적으로 변화…이 총재, 하방리스크 강조
10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제성장률을 3.8%로 낮췄는데, 이는 잠재성장률 수준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면서도 "다만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하방리스크가 좀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경기인식에 대한 변화도 언급했다. 지난 4월 성장률 발표 당시만 해도 한은은 경기 회복세가 완만히 지속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후 이 총재는 "좀더 지표를 살펴봐야 한다"며 경기 판단을 유보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이날 "세월호 이전에는 대외 위험이 컸으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면서 그 파급효과가 일반적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길게 가는 상황이 됐다"면서 "경기 인식이 3개월 전에 비해 바뀐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시중유동성이 실물 부문으로 원활히 흘러갈 수 있도록 자금 흐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일 것"이라고도 말했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내수 부양을 위해 통화정책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 총재의 시그널 = 금리 인하?
이 같은 총재의 발언들로 미뤄볼 때 향후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7월 금통위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물증(성장 전망)은 동결이지만 심증(총재 발언)은 인하"라며 "8월 금통위까지 발표될 국내지표 중 소폭 부진한 지표가 나올경우 금리 인하를 단행할 분위기"라고 봤다.
장기 시장금리는 이미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3월만 하더라도 2.87%였으나 지난 2일 2.58%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그간 시장에서는 급락세를 보이는 환율을 잡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달 금통위 당시만 해도 1015~1017원에 머물렀지만 지난 4일 1008원까지 내려앉았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글로벌 달러자금이 계속해서 국내 증시에 유입된 데 따른 결과다. 심리적 저지선인 1010원대가 뚫린 데 이어 하반기 중 1000원 선도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원화값 상승은 국내 기업에는 수익성 악화로 가는 직격탄이 된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이날 "환율 변동에 금리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부정적 효과도 있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경제인식 변화와 성장률 전망치를 내려잡은 것 자체가 이미 금리 인하에 대한 포석을 깔아놓은 것이라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그동안 만장일치의 연속이던 기준금리 동결 결정도 이날 한 금통위원이 소수의견을 내면서 깨졌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도 추가 통화완화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의 취임 후 경기부양 패키지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정책공조 효과의 극대화 차원에서 다음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