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은 총재 "경기인식 바뀌었다"…금리 인하 가나(종합)
2014-07-10 12:30
한은 금통위, 기준금리 14개월 연속 동결…연 2.50%
아주경제 이수경·박선미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0일 본회의를 열고 이달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5월 한 차례 내려간 이후 14개월 연속 제자리에 머무르게 됐다.
아울러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0%에서 3.8%로 낮췄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2.1%에서 1.9%로 0.2% 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것은 한은이 종전의 경기 판단을 바꿨다는 뜻이다. 지난 4월 성장률 발표 당시 한은은 경기 회복세가 완만히 지속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후 이주열 총재는 5월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경기 판단을 유보했다.
이날 이 총재는 "세월호 참사로 인한 파급효과가 예상보다 훨씬 크고 길게 가는 상황이 됐다"면서 "이전 전망 당시에 비해 경기 인식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표만 봐도 경제 성장세는 둔화되는 양상이다.
4월 중순 발생한 세월호 사고의 여파, 조업일수 감소 등으로 5월 중 광공업생산은 전기 대비 2.7%,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도 1.4%와 6.0% 각각 감소했다.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생산은 5월 들어 1.4%와 0.6% 각각 증가했지만 전월 하락폭을 만회하지 못했다.
6월 중 수출은 전년 동월과 견줘 2.5% 증가했고, 같은 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보다 1.7% 상승했다.
그럼에도 금통위가 금리를 묶어둔 것은 경기 회복세의 기조적 흐름과 대내외 경제의 불확실성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적정금리 수준을 제시하긴 어렵지만 지금의 금리 수준이 실물경제 활동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경제성장률을 3.8%르 낮췄으나 수준도 잠재성장률 수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그간 급락세를 보이는 환율을 잡기 위해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달 금통위 당시만 해도 1015~1017원 선에 머물렀지만 지난 4일 1008원까지 내려앉았다.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글로벌 달러자금이 계속해서 국내 증시에 유입된 데 따른 결과다. 심리적 저지선인 1010원대가 뚫린 데 이어 하반기 중 1000원 선도 붕괴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온다.
원화값 상승은 국내 기업에는 수익성 악화로 가는 직격탄이 된다. 하지만 이날 이 총재는 "환율 변동에 금리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부정적 효과도 있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총재는 이날 "향후 성장 경로상에서 상하방 리스크를 평가해 보면 현재로선 아래쪽으로 영향을 미치는 하방 리스크가 더 크다"라고 말했다. 경제 부진의 우려가 예전보다 커졌다는 의미다.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과 정책 공조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 총재는 이날 "정책 공조의 첫걸음은 정부와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간극을 줄여나가는 쌍방의 노력"이라며 "각 기관이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면서도 전체적인 정책효과가 최대화될 수 있도록 조화롭게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내수 부양을 위해 통화정책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한은은 이날 금리를 묶었지만 명확한 경기인식의 변화를 보여주고 성장률 전망치까지 내려잡았다. 이에 추후 금리 인하를 위한 시그널(신호)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 결정을 두고 한 위원이 소수의견을 냈다.
한편 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1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4.6%가 이달 기준금리에 대해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