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판할 네덜란드 감독 "로메로 내가 키웠어"

2014-07-10 10:07

아주경제 권창우 기자 =
 

루이스 판할(왼쪽) 네덜란드 감독 [사진= MBC 방송 캡처]

승부차기로 흥한 자, 승부차기로 망한 것일까.
2014 브라질 월드컵 최고의 지략가로 떠올랐던 루이스 판할 네덜란드 축구 대표팀 감독이 아르헨티나와의 4강전에서 승부차기 끝에 고배를 마셨다.
이날 경기 최고의 영웅은 승부차기에서 네덜란드 선수들의 슛을 두 번이나 막아낸 아르헨티나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모나코).
그런데 공교롭게도 로메로는 판할 감독이 키운 선수였다.

판할 감독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네덜란드 프로축구 AZ알크마르의 지휘봉을 잡았고, 로메로는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이 팀의 유니폼을 입고 90경기에 출장했다.
2007년 로메로를 아르헨티나 프로팀에서 데려온 것은 다름 아닌 판할 감독이었다.
애초 알크마르의 세 번째 골키퍼로 출발한 로메로는 판할 감독의 신뢰를 얻으며 주전 자리를 꿰차는 등 승승장구했고, 알크마르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2009년부터 아르헨티나 국가대표가 됐다.
판할 감독은 이날 경기가 끝나고 "아르헨티나에는 지지 않았지만 승부차기는 언제나 행운의 문제"라면서 "물론 내가 로메로에게 페널티킥을 어떻게 막는지 가르쳤다"고 허탈해했다.
그야말로 '호랑이 새끼를 키운 셈'이었던 것이다.
판할 감독은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디펜딩 챔피언 스페인의 '티키타카'를 깨부수면서 축구 전술의 대가라는 명성을 드높였다.
판할 감독에 대한 찬사는 그가 코스타리카와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골키퍼 교체라는 승부수를 던져 승리를 쟁취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이날은 같은 승부차기 대결에서 한때 직접 발탁해 키웠던 선수가 네덜란드 격파의 선봉에 서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씁쓸하게 돌아서야 했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당시 결승에서 아르헨티나를 맞아 패퇴했던 기억을 되갚는 데 실패한 네덜란드는 오는 13일 브라질과 3위 자리를 놓고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