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수장된 융커, 영국 탈퇴론 부상 "캐머런 실패"
2014-06-29 10:25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장 클로드 융커 전 룩셈부르크 총리가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 지명되면서 영국 탈퇴론이 급부상했다. 융커를 반대했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EU에서 고립되고 영국이 탈퇴될 처지에 놓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29일 전했다.
전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조제 마누엘 바호주 현 집행위원장 후임에 융커 전 총리가 지명됐다. 이날 28개국 EU 회원국 표결에서 융커 전 총리 지명에 26개국이 찬성, 2개국이 반대표를 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캐머런 총리를 따라 반대표를 던진 유일한 EU 회원국 정상이다.
캐머런은 국내 여론이 반EU 정서가 높아진 상황에서 EU 통합을 주장하는 융커를 지지할 수 없었다.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EU 탈퇴를 주장하는 영국독립당(UKIP)이 1위에 올랐다. 그러나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주요국들이 융커를 지지하고 나서면서 상황은 뒤집긴 역부족이었다. 융커는 중도우파의 유럽국민당그룹(EPP)가 유럽의회 선거에서 751석에서 213석을 얻어 최대 정파를 유지해 위원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 캐머런은 실제로 융커의 지명을 막기 위해 메르켈을 설득하거나 영국 우호국들에게 정상회의실에서 여러차례 반대 의견을 강조하기도 했다.
융커는 오는 16일에 유럽의회에서 공식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집행위원장은 EU에서 주요 정책이 결정되는데 가장 영향력이 높은 인물이다. 무역 거래에서 기업의 합병 승인까지 폭넓게 관여하게 된다.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위원장의 파워는 세금·소비 등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EU 행정권력 수장에 해당하는 집행위원장에 융커가 확정되면서 영국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텔레그래프는 영국의 EU가 한 걸음 다가왔다고 우려했으며 가디언도 영국의 탈퇴가 가까워졌다고 전했다. 오는 2017년 EU 탈퇴여부 국민투표에서 EU에 잔류한다는 전략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많은 국가들이 EU가 통합하는데 다른 속도를 내고 있으며 유독 영국이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캐머런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인디펜던트는 캐머런이 패배했으며 완전한 실패라고 비난하고 EU 통합회의론자에게 큰 도움을 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FT는 캐머런 총리가 반대를 유지한 편이 옳은 선택이었다고 전했다. 캐머런은 이번 결정이 유럽에게 "슬픈 순간"이라며 유럽은 이번 결정을 통해 큰 걸음을 되돌아왔다고 전했다. 더 선은 영국이 EU와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위원장에 이어 앞으로 5년간 EU를 이끌 정상회의 상임의장, 유럽회 의장, 외교안보 고위대표 등 총 4명이 선출될 예정이다. 상임의장 후임에는 헬레 토르닝 슈미트 덴마크 총리가 거론되고있다. EU 정상회의는 다음달 16~17일 열릴 예정이며 새 EU지도부는 오는 11월 1일 취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