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대학가요제 폐지가 말하는 의미
2014-06-30 09:26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노사연, 김학래, 신해철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를 배출한 MBC 대학가요제가 37년 만에 폐지된다. 폐지설, 시청자들의 항의에 따른 번복으로 몸살을 앓더니 결국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
MBC는 지난 26일 "2013년 잠정 중단되었던 'MBC 대학가요제'(1977-2012)를 올해 재개할 계획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폐지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수년간 새로운 스타와 히트곡 탄생의 부재,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등장 등으로 존속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댔다.
대학가요제는 신인가수의 등용문이었다. 실력은 있지만 대중에게 이름을 알릴 길 없는 젊은이들은 대학가요제에 출연해 작곡과 가창 실력을 뽐냈다.
1990년 대형 연예기획사 출신 아이돌그룹이 인기를 끌고 5년 전부터 방송사마다 순차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신설하면서 대학가요제의 영향력이 약화했다. 2000년대 이후 대학가요제가 더 이상 스타를 배출하지 못하고 히트곡 역시 나오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대보다 더욱 변한 것은 MBC의 초심이다. 시청률과 타협하고 트렌드를 쫓는 방송관이 대학가요제의 폐지를 결정하게 했다.
이선희, 이상은 등을 탄생시키며 대학가요제와 함께 신인가수들의 등용문이었던 강변가요제는 2001년 이미 막을 내렸다. 순수와 낭만이 자본의 힘에 밀려 또 하나의 퇴장을 알리고 있다.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어려운, 건전한 대학생 문화와 시청자의 추억까지 힘을 잃게 만드는 대학가요제 폐지 결정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