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업계, ‘연비 과장’ 납득 안돼…통상마찰 ‘가능성’

2014-06-27 08:22

연비 부적합 판정을 받은 BMW 미니 쿠퍼 컨트리맨[사진=BMW코리아]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정부가 발표한 자동차 연비 재검증 결과에 대해 국산차와 함께 연비 부적합 판정이 내려진 수입 자동차 업계도 조사 결과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6일 정부 부처 합동브리핑에서 아우디 A4 2.0 TDI,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크라이슬러 지프 그랜드체로키, BMW 미니 쿠퍼 컨트리맨 등 수입차 4개 차종의 연비가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나 300만∼400만워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우디 A4 차량은 산업부 조사에서 도심연비(-5.4%)와 고속도로연비(-6.5%) 모두 부적합이었으며 폭스바겐 티구안은 고속도로연비(-5.9%)가 오차범위를 초과했다.

BMW 미니쿠퍼는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가 각각 6.0%와 5.4% 낮게 나왔으며 크라이슬러 그랜드체로키 역시 도심(-12.4%)과 고속도로(-7.9%) 모두 오차범위를 넘었다.

BMW그룹코리아 측은 “2012년 검증에서는 오차범위 내에 들어 적합 판정을 받았는데 1년 만에 같은 기관에서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산업부는 “지난해부터 검증기준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폭스바겐도 “고객들로부터 체감연비가 공인연비보다 더 좋다는 평가를 많이 듣는데 측정 기관마다 측정값이 다르게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조사결과를 순순히 납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당국으로부터 거부당한 3차 테스트를 다시 한번 요구하기로 했다.
 

연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아우디 A4 2.0 TDI[사진=아우디]


◆강화된 연비규제에 ‘통상마찰’ 가능성

일부 전문가는 국토교통부가 연비 사후검증을 전담하게 되면서 통상 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산업부는 지난 10년간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통해 자동차 공인연비에 대한 사후관리를 해왔다. 하지만 국토부가 자동차 안전법상 안전기준에 연비 항목을 포함시켜 연비에 대한 사후규제에 나설 경우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한 국가 중 자동차 수출이 많은 국가와 통상마찰이 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항에 따르면 미국산 자동차가 본국에서 안전기준을 충족하면 국내에서도 충족하는 것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안전기준의 일환으로 연비를 관리하면서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미국 측이 반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7년 6월 한국과 미국 양국이 교환한 한·미 FTA 협정문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상 자기 인증에 관한 새로운 또는 개정된 규정은 ‘발표 후 최소 2년간 수입 자동차에 대해 적용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FTA 협정문 규정상, 이번에 국토부에서 자동차관리법상 안전기준에 연비항목을 포함시켜도 발표후 2년간은 수입차에 대해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전년도에 국내에서 6500대 이하를 판매한 미국 자동차 회사가 생산한 자동차는 국내 자동차 안전기준에 포함되고 이에 상응하는 미국 연방 자동차 안전기준 중 어느 하나를 준수하는 경우 그 규정을 준수하게 된다’고도 명시되어 있다.

이 같은 사실은 2011년 2월 10일 한·미 양국이 교환한 한·미 FTA 추가협상 합의문 제2절 ‘안전기준’에도 명시되어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자동차관리법상 안전기준에 포함된 연비 항목을 삭제해야 통상마찰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