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임영록·이건호 징계 유보

2014-06-26 20:55
소명 청취만 진행…"추후 제재심의위원회서 재논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사진=KB금융지주, 국민은행]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금융감독원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징계 결정을 내달로 연기했다.

26일 금감원은 "KB금융 및 국민은행 안건의 경우 검사국의 보고와 함께 진술자의 진술을 청취했다"며 "추후 제재심의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진술자 등에 대한 질의응답 등 충분한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제재는 그동안 금융권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사고에 대한 금감원의 징계 절차로 금융권 전·현직 임직원 200여명이 심판대에 올랐다.

특히 지난해부터 끊이지 않는 각종 사건·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는 KB금융과 국민은행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중징계(문책경고) 확정 여부가 관심사로 꼽혀왔다. 문책경고를 받을 경우 퇴임 후 3년간 금융사 취업이 불가능해 사실상 금융권에서의 퇴출을 의미한다. 당장 사퇴해야하는 것은 아니지만 통상 문책경고를 받을 경우 리더십에 타격을 입어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운 것으로 여겨져 해당 징계를 받은 CEO들이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제재심의위원회에서는 KB금융과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 갈등, 국민카드 분사 당시 국민은행 고객정보 이관, 국민은행 일본 도쿄지점 부실대출 등에 관련된 제재 대상자들의 의견진술만 진행됐다.

금감원은 이달 초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각각 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금감원은 임 회장과 이 행장 모두 최근 발생한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과정에서 불거진 국민은행 이사회 갈등에 대한 내부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점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여기에 임 회장의 경우 국민카드 분사 당시 국민은행 고객정보 이관 문제에 대한 책임, 이 행장에게는 일본 도쿄지점 부실대출 및 비자금 조성 의혹 책임도 더해졌다.

이날 임 회장과 이 행장은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받을 만큼 중대한 책임이 없다는 점을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말했으며 이 행장은 "성심껏 소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예견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KB금융과 국민은행 징계 대상자만 120여명에 달해 단기간에 결정을 내리기 힘든 데다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사전 중징계 통보 합당성 문제도 제기됐다.

이들에 대한 중징계가 사전 통보된 이후 일각에서는 이 행장의 경우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금융당국에 선제적으로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징계는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편에서는 금융당국이 사건·사고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책임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징계를 추진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당초 금융당국은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소명과 상관없이 엄중 제재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최수현 금감원장도 "검사과정에서 발견된 위법·부당한 사실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모두 엄중하게 책임을 묻겠다"며 이들에 대한 중징계를 시사한 바 있다.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징계 결정이 다음 제재심의위원회로 연기됨에 따라 징계 수위가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제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발생한 'ISS 사태'와 관련해 당초 중징계 방침과 달리 경징계로 마무리된 바 있다.

한편 이날 제재심의위원회 회의에는 올해 초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건을 일으킨 KB국민·농협·롯데카드에 대한 제재 안건은 KB금융 및 국민은행 안건 처리로 인해 시간 부족을 이유로 상정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