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 과장 논란’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보상 쉽지 않을 듯
2014-06-26 19:16
소비자-제작사간 법정 공방 이어질 듯
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 등의 연비 과장 논란을 놓고 정부 부처간 26일 상반된 입장을 내놓으면서 소비자 피해보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의 연비가 허용오차 범위 5%를 넘었다며 부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산업부는 정반대로 적합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제작사는 정부 부처의 상이한 조사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의제기에 나설 방침임을 밝혔으며 소비자들은 피해를 제작사가 적극 보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토부는 두 업체의 연비 부풀리기가 확인돼 과징금이 부과를 발표했지만 현행법상 연비 과다에 따른 제작사의 피해보상 의무가 없다.
현재 부적합한 연비 표시를 시정하지 않으면 소비자에게 보상토록 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지만 국회 통과를 거쳐 공포된 후 1년이 지난 뒤에야 시행되기 때문에 당장은 적용되지 않는다.
최근 자동차 연비를 과장한 사실이 드러난 미국 포드 자동차가 국내 구매자에게도 보상하기로 하면서 연비 부풀리기에 관한 소비자 피해보상의 단초를 제공했다.
그러나 현대차 등 제조사들은 정부 부처의 상이한 조사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이의제기에 나설 방침이어서 자발적 보상안을 내놓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정부 역시 현행법에 개별 소비자에게 배상을 명령하는 제도가 없다며 소비자 구제는 개별 소비자의 몫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개별 소비자가 정부 발표를 토대로 사법적인 절차를 진행할 수는 있지만, 정부가 개별 소비자에게 구체적으로 배상을 명령하는 제도는 없다”고 말했다.
◆제조사 상대로 줄소송 이어질까
이에 따라 제조사를 상대로 소비자들의 줄소송이 이어지면서 연비 논란에 따른 소비자 구제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싼타페 소유자 3명은 최근 현대차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문제는 국내에서는 미국과 같은 '집단소송제'가 증권 분야를 제외하고는 없어서 개별 소비자들이 직접 소송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집단소송제란 피해자 가운데 일부가 소송으로 구제받으면 나머지도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2년 전 연비를 부풀렸다는 집단소송을 당해 95만명에게 4191억원을 보상한 바 있다.
개별 소송으로 가더라도 치열한 법정 다툼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연비 표시에 대해 ‘부적합’ 판정을, 산업통상자원부는 ‘적합’ 판정을 내린 만큼 소비자와 제작사는 각각 유리한 쪽의 결과를 근거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싼타페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예율의 김웅 변호사는 "국토부의 조사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온 만큼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작사들은 “10년 넘게 연비 인증 법규인 ‘에너지이용합리화법’과 ‘자동차의 에너지 소비효율 및 등급 표시에 관한 규정’에 따라 산업부의 인증을 받아 왔고, 산업부의 인증 수치를 연비로 표시해 왔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현대기아차는 연비 과장 문제로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국내 소비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했다.
당시 재판부는 “도로 상태 등에 따라 실주행 연비와 차이가 날 수 있다고 고지했기 때문에 과장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소비자단체들은 그러나 소비자가 입은 피해를 제작사가 적극 보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YMCA자동차안전센터는 “정부 공인연비 제도는 이미 소비자의 신뢰를 잃었다”며 “자동차 제조사는 연비 과장으로 인해 소비자가 입은 대규모 피해에 대한 보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