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중심 조직 ‘소방’이 국가 재난관리 중심돼야

2014-06-23 09:52
한국화재소방학회, 소방정책 및 정부조직법 관련 대토론회 개최

아주경제 박흥서 기자= 한국화재소방학회(회장 백동현·가천대학교 교수)는 20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 대강당에서 4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국민행복을 위한 재난대응의 소방정책과 정부조직법’이라는 주제로 정책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 앞서 백동현 회장은 “세월호 이후 재난관리에서 소방의 중요성이 날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행복 중심에 기반한 소방방재청의 역할과 소방방재청 해체가 포함된 정부조직법의 문제점을 조망하고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래 토론회를 마련했다”며 인사말을 전했다.

백동현 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이창원 교수(한성대)는 ‘재난 대응력 제고를 위한 소방인사체계 개편 및 소방재정확보 방안’이라는 주제 발표를 가졌다.

이창원 교수는 발표에서 세월호 참사 원인으로 △컨트롤타워 부재 △관련 부처 및 지자체 간 원활하지 못한 협력 및 의사소통 △ 재난안전관리 전문인력 부재 및 적재적소 미배치를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이 교수는 현행 소방사무 중 국가사무 비중은 48.5%, 자치사무 비중은 25%, 공동사무는 26.5%임을 강조하고 현재의 중앙과 지방의 이원화 소방 체계로 인해 소방사무와 지휘체계가 이원화되어 있어 복잡화‧대형화되는 재난 대응에 한계가 있으며, 시도별 119 서비스 품질 격차 문제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또한 OECD 국가의 소방안전분야 국비 지원이 평균 73.6%에 이른다며, 우리나라도 특별회계나 기금을 설치하는 등 국고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두 번째 주제발표자로 나선 이기환 교수(전 소방방재청장·경일대)는 ‘독립 소방청의 효율과 타당성’에 대해 발표했다.

이 교수는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안전과 재난관리라는 명제하에 국민들에게 소방의 중요성이 나날이 증가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소방조직이 재난 비전문가인 행정관료들에 의해 좌우돼서는 안 된다”며 “재난과 가장 밀접한 부서인 소방방재청을 해체하면서 재난 컨트롤타워인 국가안전처를 만들어 가고 있는 정부조직법은 비정상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행 소방조직이 일반직에서 소방직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거쳐 2004년 6월 행정자치부의 외청으로 소방방재청이 개청되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고 설명하면서, “이번 정권에서는 소방에 대한 관심과 정책기조를 기대했지만,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뜻하지 않게 소방조직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400여명의 인파 [사진 제공=한국화재소방학회]


이 교수는 또 “시스템이 안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문제다”라면서 “현장성이 강한 조직체로서 재난현장에서 대응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도록 국가안전처 외청으로 독립소방청을 개편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에 적합한 현장중심의 재난관리시스템을 개발하고 모든 국민이 균일한 소방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과 소방재정 문제가 국민안전의 바로미터”라고 강조하며, 소방조직의 독립을 우선과제로 꼽았다.

세 번째로는 윤명오 교수(서울시립대)가 ‘국가재난관리 중심역량기관으로서의 소방’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윤명오 교수는 소방이 국가재난의 중심조직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지만 현재 소방의 역할 및 역량, 소방의 국가직화 문제 등 현실적 난관을 설명하면서 이를 극복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했다.

재난 대처에 있어 일사불란한 현장지휘, 위험대처 용이, 기술지식의 보유 및 공유 용이, 소방규제 및 일관성 확보, 조직의 통일성 등 소방공무원을 국가직화해야 하는 필요성을 주장하는 한편, 소방이 변화해야 할 지향점도 함께 제시했다.

주제발표 후 토론자로는 김상욱 회장(소방기술사회), 김창영 기자(경향신문), 류충 소장(한국소방안전협회 연구소), 신상도 교수(서울대), 이종영 교수(중앙대), 임승빈 교수(명지대)가 나섰다.

토론에서 류충 소장은 국가안전처 설치의 기본 방향을 명확히 밝히도록 독려하고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처가 ‘통합관리시스템’으로 갈 것인지, ‘유형별 분산관리 시스템’으로 갈 것인지를 명확히 해야 하며, 결과적으로 조직만 비대해지고 혈세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장대응조직(소방·경찰·해경) 등의 상황실 소통과 의사소통, 지휘체계 확립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김창영 기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소방공무원의 99%를 차지하고 있는 시·도 소방본부와 소방서의 기능과 인력을 확충하는 방안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능이 강화되는 곳은 0.38%인 중앙119구조본부에 국한되고 99%인 시·도 소방본부와 소방서는 반복되는 노후장비와 인력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소방조직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화가 필수적인 요소라며, 이러한 현실 반영이 없는 국가안전처 설치는 의미가 없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창영 교수는 소방이 전통적으로 국가 전체의 업무로 취급되지 않고 지역의 자치업무로 취급되고 있어 결과적으로 화재 외의 광역적 재난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난의 광역화는 결과적으로 좁은 국토에서 재난대응의 전문 행정기관을 국가조직으로 하도록 요구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정부는 시대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정책토론회에는 △한국안전시민연합 △한국소방단체총연합회 △한국소방산업기술원 △한국소방안전협회 △한국소방시설협회 △한국소방기술사회 △한국소방기구공업협동조합 △한국소방시설관리협회 △한국화재감식학회 △한국소방시설관리사협회 △한국소방기술인협회 △전국대학소방학과교수협의회 △전국의용소방대연합회 △한국소방산업공제조합 △대한소방공제회 △대한민국재향소방동우회 △(주)사파이어 등 소방관련 단체들이 대거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