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소비자정책포럼] 삼성, 품질혁신 이끈 위기의식… 이건희 "불량은 암이다"
2014-06-19 15:34
삼성이 현재 스마트폰이나 가전제품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소비자 브랜드로 성장한 데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과 150여억원의 ‘불량제품 화형식’ 등 품질에 사활을 거는 강력한 위기의식이 발판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빈 삼성전자 CS환경센터 품질혁신팀 상무는 19일 삼성의 품질 경영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1993년 이 회장은 미국 LA 가전 매장을 방문해 삼성제품에 대한 고객 반응을 살폈다. 그런데 매장에는 삼성 제품이 보이지 않았다. 소니, 필립스 등 경쟁사 제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구석자리에 포장도 뜯기지 않은 삼성제품이 수북한 먼지와 함께 쌓여 있었다.
그해 6월 7일 이 회장은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잘 알려진 “불량은 암이다. 질을 향해라”고 질책을 한다. 위기의식에서 시작된 신경영 선언이었다. 이 회장은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런던, 도쿄, 오사카, 서울에 이르기까지 각 도시를 순회하며 이를 위한 회의를 했다. 회의는 오전부터 시작돼 새벽까지 이뤄졌다. 임직원 1800여명이 참석한 큰 회의였다.
이 회장은 “회장인 나부터 변할 테니 삼성인 모두가 질 위주로 변하자. 그렇게 한 방향으로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삼성은 이후 고객 중심 품질경영체제를 구축하기 시작한다. 1993년 고객만족도 조사를 자체적으로 시작하고 1994년에는 삼성전자 품질대상 평가제도 도입했다.
하지만 품질경영은 쉽지 않았다.1994년 삼성전자 무선전화기 사업부의 시장불량율이 11.8%에 달하는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5개 모델 중 4개의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품질개선을 위해 힘썼지만 소비자 신뢰 회복이 쉽지 않았다.
결국 1995년 1월 이 회장은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소비자한테 돈 받고 물건 파는데 불량품 내놓고 파는 게 미안하지도 않나?”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에게 무조건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고 수거된 15만대, 150억여원어치 전량을 폐기처분한다. 그해 3월, 다시는 불량제품을 만들지 않겠다는 임직원 결의대회가 삼성 구미 사업장에서 열렸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1994년 국내 시장점유율 4위에서 1995년 1위를 차지한다.
삼성은 1996년 글로벌 시장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2000년부터는 디지털 제품 신뢰성 평가기법을 개발하는 등 품질보증 수준을 업그레이드 했다. 또 2001년 국제품질 전문가 자격제도와 2003년 고객관점의 신제품 품질 인증제를 도입하고 2009년 품질체험관을 설립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삼성의 품질 혁신은 더욱 가속화 됐다. 삼성은 △개발 단계의 원류품질 확보 △제조 단계의 균일품질 달성 △시장의 품질혁신 3가지 활동을 시작했다.
전 상무는 “개발 단계에서 고객 내구연한 내 불량품을 절대 만들지 말자는 방침을 정하고, 시행한 결과 2011년 대비 2013년 불량률을 70% 정도 낮췄다”며 “제조단계에는 국내외 약 1200개 협력사에 대해 품질 A~D등급을 나눠 A등급은 평가 2년을 면제하고 3번 D등급 시 협력사에서 제외하는 제도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시장 품질혁신활동을 통해 고객에게 불편이 있는지 지속 모니터링하고 세계적으로 실시간 관련 정보를 입수해 분석, 문제 법인은 즉시 생산을 중단하고 있으며, 온라인 원격수리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면서 “이런 노력을 통해 최근 3년간 시장품질이 크게 개선돼 고객만족도가 향상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