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기의 필담] ‘우는 남자’와 ‘하이힐’은 어디서부터 판단미스였을까?

2014-06-17 15:30

[사진=영화 '하이힐' '우는 남자'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영화 ‘우는 남자’와 ‘하이힐’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제작단계부터 개봉까지 기대감을 높이던 작품이라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난 4일 동시 개봉한 ‘우는 남자’와 ‘하이힐’의 스코어는 16일까지, 각각 58만 3538명, 31만 6884명이다.

전작인 ‘아저씨’가 628만여명을 동원한 이정범 감독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성적일 수 있다. 배급을 맡은 CJ엔터테인먼트 내부에서도 울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이힐’은 데뷔 20년을 맞이한 장진 감독과 차승원이 6년만에 재결합해 관심을 끈 바 있다. 국내 3대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에서 제공하고 있지만 신통치가 않다.

체급으로 따지자면 ‘우는 남자’의 순제작비가 70억여원, ‘하이힐’이 40억여원으로, ‘우는 남자’가 조금 더 크다. 그만큼 스케일이 남다르다. 화려하면서도 극사실적인 총기신과 폭파신 등은 할리우드 작품과 비교해도 무방하다.

‘하이힐’은 장진 감독 특유의 웃음 코드와 ‘성정체성’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만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말 그대로 ‘감성 느와르’다. 웃겼다가 울렸다가, 관객들을 앞뒤좌우로 흔든다.

충분히 ‘쌍끌이 흥행’을 할 수 있는 작품이 동시개봉을 했는데, 성적은 마치 시험을 보다 답안지를 밀려 쓴 모습이다. ‘우는 남자’와 ‘하이힐’은 어디서부터 판단미스를 했던 것일까?

우선 첫 번째, CJ와 롯데의 경쟁 심리에서 기인된 ‘스크린 부족 현상’이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두 배급사에서 각각 미는 작품이라 서로의 작품에는 냉담한 모양새다. 개봉 첫 주와 둘째 주에 힘을 실어줘야 하지만 정식 개봉일인 4일 ‘우는 남자’의 스크린수는 500개관에 불과했다. ‘하이힐’은 385개에 그쳤다. 이튿날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금요일에는 오히려 각각 480, 371개로 줄어들었다. 이후 꾸준히 하향세다.

두 번째는 개봉시기의 미스다. 시리즈 역사상 최고작이라고 꼽히며 지난달 22일 개봉한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와 칸영화제 입성과 함께 입소문을 탄 ‘끝까지 간다’, 안젤리나 졸리가 마녀로 등장하는 ‘말레피센트’가 29일 개봉했으며 출연작마다 평균 이상은 하는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엣지 오브 투모로우’가 동시에 스크린에 걸렸다.

이는 세 번째 이유와도 통하는 부분인데, 쟁쟁한 작품들 사이에서 관객들을 끌어당길 ‘무엇’이 없으니 극장 입장에서는 ‘잘 팔리는’ 영화 위주로 상영시간을 분배할 수밖에 없다.

‘우는 남자’의 장점인 총격신은 한국 관객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평가다. 총을 10분 이상 쏘아대고 있는데 나와 보거나 소리치는 이웃하나 없고, 수류탄이 터지는 상황에서 ‘민중의 지팡이’ 경찰은 코빼기도 안 보이고 사이렌 소리는 들리지도 않으니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영화계의 획을 그을 총격신”이라는 평가도 있으나, 다른 부분은 부족하다.

‘하이힐’은 액션과 웃음, 배우들의 감정연기가 잘 어우러졌지만 소재 자체가 관객들에게 약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성적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국내 정서에서 차승원이 여성성을 지닌 인물이라는 설정에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들이 있을 것도 사실. 영화는 무거운 주제를 장진 감독 특유의 위트로 풀어냈고, 차승원의 열연으로 받아들이기 쉽게 풀어놨으나 소재에 따른 예매율 저하는 피할 수 없었다.

영화의 흥행은 ‘하늘만이 안다’고 한다. 천만관객을 넘은 영화들 중에는 왜 넘었는지 이해가 안 되는 영화들도 있고, 흥행될 것 같은 영화인데 거짓말처럼 참패한 작품들도 많다. 그래도 기본은 ‘재미’와 ‘웰메이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