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씨스타 다솜의 인생을 바꾼 두 마디

2014-06-16 15:04

'사랑은 노래를 타고'에서 공들임 역을 맡았던 다솜[사진제공=스타십엔터테인먼트]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23.5%(닐슨코리아 기준·이하 동일)의 시청률로 시작한 KBS1 일일드라마 '사랑은 노래를 타고'(극본 홍영희·연출 이덕건·이하 '사노타')는 151회 방송되는 동안 시청자를 울리고 웃겼다. '사노타'는 31.5%라는 최고 시청률과 함께 짙은 여운을 남긴 채 지난 6일 종영했다.

'아쉬움'의 이유에는 그룹 씨스타 다솜이 있었다. 가진 건 꿈밖에 없는 뮤지컬 배우 지망생 공들임 역을 맡아 사랑을 향한 갈등과 고민, 출생의 비밀에 얽힌 가슴 아픈 눈물 연기까지 해내면서 '아이돌 그룹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를 떼어냈다.

지난 11일 오후 아주경제 사옥에서 만난 다솜은 무대 위에서와는 또 달랐다. 여리기만 할 것 같던 그는 누구보다 또렷한 소신과 주관이 있었다. 험난한 가요 무대에서 단단해진 심지가 자칫하면 외면받기 십상인 안방극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되었을 게다.

다솜은 "무대에도 서보고, 연기도 하고, 이미 좋아하는 것들을 하고 있으니 절반은 성공했다"고 말하면서도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자신을 낮췄다. 발매하는 족족 1위를 꿰차고 타이틀롤 드라마까지 성공시켰는데도 갈 길이 멀단다.

'사노타'를 만난 건 필연이었다. 연기에 갈증을 느끼던 찰라에 만난 시놉시스 속 공들임은 두말할 것도 없이 다솜이었기 때문. '동물농장'에 울 정도로 순수한 심정을 가진 아이라는 한 마디에 소속사 대표를 졸라 오디션에 참가했다.

"저는 자신이 있었어요. 제 열정에 대해서요. 오디션에서 감독님에게 '이건 저에요. 저 밖에 할 사람이 없어요!'라고 말했거든요. '주인공이라서?'라고 묻는 감독님에게도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공들임 캐릭터는 꼭 하고 싶다고 말했어요. 감독님도 제가 절실해 보여서 뽑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사랑은 노래를 타고'에서 공들임 역을 맡았던 다솜[사진제공=스타십엔터테인먼트]

# "연기 잘 하는 게 예뻐 보이는 거야"

시트콤 '패밀리'를 거쳐 다듬어진 그의 연기력은 '사노타'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가슴 절절한 순애보는 물론이었고 못생기리만치 망가지는 오열 연기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예쁨'을 포기하면서 얻은 건 부담이었던 여주인공이라는 새 옷이었다.

다솜의 오열 신은 매일 화제가 됐다. 무대 위에서 보았던 상큼하거나 섹시한 그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곱게 바른 화장은 눈물과 함께 지워졌고, 이중턱에 콧구멍까지. 상상 못 했던 그녀의 망가짐은 호평에 호평을 더했다.

"처음에는 깜짝 놀랐어요. 내가 저렇게 못생겼었나 싶은 거에요. 진짜 못생기게 나왔어요. 하하. 그런데요. 안 예뻐도 돼요. 예쁘지 않아도 돼요. 제가 예뻐 보이고 싶었으면 차라리 뮤직비디오를 찍었겠죠."

욕심이 없었던 건 아니다. 여자라면 예뻐 보이고 싶은 건 당연한 건데 하물며 걸그룹 멤버가 '예쁨'을 포기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었을까.

"감독님한테 조금만 더 예쁘게 찍어달라고 말씀 드렸었죠. 감독님이 그러시더라고요. '연기 잘 하는 게 예뻐 보이는 거야' 라고요.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아, 나는 좋은 선배님들 밑에서 연기를 배우고 싶었던 거지 예뻐보이려고 한 게 아니야'라고요."

이덕건 감독만 밑고 달리니 종착지에 왔다고 했다. 믿어 준 것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 겠다고 마음 먹은 후로 시키는 건 뭐든지 했다고도 했다. 아직은 무대에 서면 연기하고 싶고, 연기하면 무대에 서고 싶은 청개구리지만, 그래도 다솜은 살아 숨쉬는 '현장'이 좋다고 했다.
 

'사랑은 노래를 타고'에서 공들임 역을 맡았던 다솜[사진제공=스타십엔터테인먼트]

# "왜 모든 사람이 너를 좋아해야 해?"

말 속에 묻어나는 자신감은 차치하더라도 긍정의 에너지는 주변을 환하게 할 정도로 밝았다. 악성댓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항상 PLAN·B를 생각할 정도로 부정적이었던 그는 점점 작아지는 자신을 느끼면서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조심스러웠어요. 제가 하는 말들이 누군가에게는 안 좋게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말과 행동에 제약이 생기더라고요. 악성댓글도 솔직히 무서웠어요. 한동안은 그것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죠. 어떤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욕만 먹을 것 같았어요."

실제로 다솜은 '나 혼자' 활동 당시 사전녹화 현장에서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주저앉았던 기억이 있다. 무대에 오르기 직전에 봤던 악플이 심장에 박혔던 거다. 그때부터 변화는 시작됐다.

"그런 생각들이 저를 갉아 먹고 있더라고요.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슬펐어요. 상처를 잘 받고 감정에 휩쓸리는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들으려고 했어요."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경험으로 터득한 노하우를 얻었다. 친구들과 만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고 멤버들과 동고동락하면서 삶을 공유했다. 결과는 아주 좋았다.

"친한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왜 모든 사람들이 너를 좋아해야 해?'라고요. 사실 그땐 상처받았었는데 지나고 보니까 정말 그런 거에요. 모든 사람이 다 저를 좋아할 순 없죠. 하하. 제가 좋아하는 걸 하고 있으면 되고 만족하면 그걸로 되는 거였어요. 절 좋아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게 어디에요?"

다솜과 만난 한 시간이 물보다 빠르게 느껴졌던 건 그의 매력 때문이었을 게다. 머리와 가슴에 어느새 '긍정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그를 언제쯤 또 마주하게 될까. 한 뼘 더 성장한 그녀와 나눌 그날의 대화가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