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타임오프' 대상자 발령 임의 지연 후 징계 부당"
2014-06-16 08:31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를 적용할 노조 근무자 발령을 임의로 지연한 뒤, 노조 근무를 핑계로 징계한 사측의 조치는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이승한 부장판사)는 박모(39)씨가 한국전력공사의 자회사 ㈜한국동서발전을 상대로 낸 부당징계 등 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2010년 7월 도입된 '타임오프'는 노조 근무자의 업무중 노사교섭 등 노무관리 업무에 한해서만 시간을 인정해 급여를 주는 제도다. 근무자는 단체협약 등에 따라 근로시간 면제 대상자 선정 절차를 거쳐 임금을 지급받는다.
한국동서발전 노조는 2011년 5월 박씨를 노조 홍보실장으로 임명하고 그를 근로시간면제 대상자로 선정해 줄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이 노조 요구를 거부해 발령이 지연되자 박씨는 기존 업무에서 이탈해 노조 사무실로 5일간 출근했고, 이 때문에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박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으나 기각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사측은 소송에서 노조의 발령 신청 자체가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조합원 수가 308명에 불과하고, 박씨 외 근로시간면제자 1명이 노조 사무실에서 상근 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조합원 인원에 비례한 합리적 수준의 대상자 선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전의 5개 자회사와 통합 노조간 단체협약상에 근로시간 면제자 배치에 관한 세부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협약에는 한국동서발전을 포함한 사업장 5곳에 연간 2만6000시간(풀타임 13명) 근로시간면제 한도를 둔다는 규정만 있다”며 “각 사업장의 조합원 수에 따른 근로시간면제자 배분 등에 대한 아무런 정함이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런 경우 명문의 규정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형해 해석할 수 없다”며 “사 측의 원고에 대한 근로시간 면제자 지연 발령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박 씨의 결근(업무이탈)으로 심각한 업무상 지장이 초래됐을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함께 고려하면 징계 처분은 과도해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하지만 징계처분이 노조 활동을 저지하려는 부당노동행위라는 박 씨의 주장은 “사 측이 13명의 근로시간 면제자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