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 결과, 왜 지자체장 선거와 달랐나

2014-06-12 11:03
17곳 중 13곳 vs 17곳 중 9곳... 말이 아닌 성과가 어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


아주경제 나범주 기자 =  6·4지방선거 최대의 이변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당선이다. 고승덕 후보가 높은 인지도 에 힘 입어 지지율 1위를 달리기도 했으나 그 의 딸 캔디 고씨가 SNS에 올린 아버지에 대한 비판글이 판세를 뒤엎은 촉매제가 됐다. 촉매는 그 스스로 작용을 일으키진 않는다. 말 그대로 작용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뿐이다. 다시 말해, 고승덕 후보의 딸이 SNS에 올린 글은 굳어지던 선거 판세를 흔들어 조희연 서 울시 교육감 당선에 호재가 되긴 했지만 그 자체가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는 뜻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당선은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을 비롯한 진보 교육감들이 제도권 교육에 혁신학교를 도입하고 또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뤄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는 비단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13곳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됐다. 새누리당이 8 곳 새정치민주연합이 9곳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확연히 다른 결과다. 새누리가 과연 보수냐, 새정치민주연합이 정말 진보냐에 대해서는 쉽게 구분 짓기 어렵지만, 현 체제의 유지냐 변화냐에 대해서는 구분 짓는 게 어렵지 않다. 정치 영역에서는 적잖이 '유지'를 선택한 유권자들이 교육 영역에서는 무슨 바람이 불어 '변화'에 몰표를 줬을까. 그 이유 또한 혁신학교가 이뤄낸 가시적 성과에 있다.

혁신학교는 1990년대 후반 농촌의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에서 착안됐으며, 학생·교사·학부모 가 '지식중심의 경쟁적 교실'을 '소통과 협력 으로 꿈을 이뤄가는 교실'로 바꾸자는 데 뜻을 모아 운영되고 있다. 토론식 수업·프로젝트형 수업·학생자치·학부모 참여·지역네트워크 등이 교육에 뿌리 내리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며, 학생 체험활동·진로교육 강화·교사행정 업무 경감 등은 혁신학교가 선도하여 현재 일반화된 교육정책의 대표적 예로 꼽힌다.
입시가 거의 모든 교육의 목적으로 여겨지는 우리 사회에서, 혁신학교는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는 만큼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경기도 교육청이 지난해 초 2년 이상 운영된 도내 혁신학교의 '2010~2012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분석한 결과 혁신초등학교의 기초학력미달 학생 비율은 3년 새 1.2% 포인트, 혁신중학교는 2.7%포인트 줄었다고 밝혔다. 일반초등학교에서 0.9%포인트, 중학교에서 2.3%포인트 감소한 것보다 실적이 더 좋았다는 것이다.
학업성취도에서 보여준 이같은 성과는 오히려 부수적이다. 더 큰 결실은 학생·교사·학부모 등 교육에 직접적 당사자들이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만족감을 느낀다는 데 있다. 아파서 학교 못 가면 눈물을 흘리며 우는 학생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교권 추락이 공공연히 회자되는 현실에서 가르치는 의미와 보람이 크다며 혁신학교에서 교육의 미래를 점치는 교사도 있다. 서울지역 혁신학교 학부모들은 문용린 전 교육감의 '혁신학교 죽이기' 움직임에 위기감을 느끼고 스스로 '혁신학교 지키기 '에 나서기도 했다.

이제 정치 영역에서 표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 해야할 일은 자명해졌다. 자신들의 의정활동을 통해 유권자들의 삶이 더 좋게 바뀌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 확성기 소리로 귀가 따갑게 외치는 것이 아니라, 투표의 결과가 당신네들 삶을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진정 우리 사회를 좀더 바람직한 변화로 이끌고 싶다면 그 변화의 바람에 힘을 싣고 싶다면, 장밋빛 전망이 아니라 가시적 성과로 답해야 할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데가 과연 변화를 원하기나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