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이번에도 '깜깜이' 인사…언론인 출신 제2인자로 발탁

2014-06-10 15:47
박 대통령 보수논객 깜짝 발탁…'국민눈높이 인선' 거리 멀다는 지적도



아주경제 주진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새 국무총리 후보에 문창극(66) 전 중앙일보 주필을 깜짝 발탁했다. 지금까지 언론의 총리후보군에 문 후보가 물망에 오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의외의 발탁이라는 지적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박 대통령의 ‘깜깜이’ 인사, ‘늑장’ 인사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단행된 셈이다.

총리 후보는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고 지난 4월27일 사의를 표명한 이후 44일만에, 국정원장 후보는 남재준 전 원장이 물러난 이후 20일만에 각각 지명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달 28일 총리 후보로 내정된 지 엿새 만에 안대희 전 대법관이 자진사퇴하자 새 총리 후보를 물색해왔다. 안 전 대법관이 ‘전관예우 고액수임’ 논란으로 낙마함에 따라 도덕성과 개혁성을 인선 기준으로 삼고 새 총리 후보로 추천받은 인사들에 대해 검증에 또 검증을 거치며 장고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후임 총리로 "국가개조를 이끌 적임자로 국민이 요구하는 분을 찾고 있다"면서 '국민정서에 대한 검증'도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여권에서는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4곳의 광역단체장을 모두 야당에 내주면서 충청권 민심을 달래고 탕평의 차원에서 박 대통령이 충청 출신 인사를 총리 후보자로 염두에 두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 후보자 역시 충청 출신이다. 게다가 30년 넘게 신문기자로 활동하며 언론의 외길을 걸어온 보수 성향의 중견 언론인 출신이다.

박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언론인 출신을 국정의 제2인자 자리에 발탁한 것은 문 후보자가 그동안 정부 정책과 사회 전반을 살피며 여론 형성의 역할을 담당해왔다는 점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와 여권에 대해 이반된 민심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이에 맞게 국정을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새 총리 후보로 발탁된 문 후보자에 대해 통합과 화합 차원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선인지 의구심을 나타내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문 후보자가 보수 색채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칼럼을 다수 써왔다는 점에서 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문 후보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칼럼에서 "자연인으로서 가슴 아프고 안타깝지만 공인으로서 그의 행동은 적절치 못했다. 그 점이 그의 장례절차나 사후 문제에도 반영돼야 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장례가 국민장으로 치러지는 것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한 바 있다.

또 2010년 3월에는 당시 지방선거의 주요 쟁점이던 무상급식과 관련, '공짜 점심은 싫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무료 급식은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고 싶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관훈클럽 총무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 관악언론인회 회장 등 국내 언론인들의 각종 모임에서 굵직한 자리를 맡았다고는 하지만 행정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청와대는 문 후보자에 대해 "그동안 냉철한 비판의식과 합리적 대안을 통해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온 분"이라며 "뛰어난 통찰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공직사회 개혁과 비정상의 정상화 등의 국정과제들을 제대로 추진해 나갈 분"이라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지만, 언론인 출신으로 공직사회를 모르는 문 후보자가 관피아로 상징되는 공직사회를 개혁할 적임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또 책임 총리로서 내각을 총괄할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아무 것도 검증된 바 없다.

언론인으로 정부와 국민 간 소통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국정·행정경험이 전무한 문 후보자가 자칫 ‘식물 총리’ ‘대독 총리’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