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지은의 깔럼] 싸이 ‘행오버’는 세계인을 취하게 할까
2014-06-15 15:54
싸이의 ‘행오버’ 뮤직비디오 풀버전이 9일 오전 8시 15분(한국시간)에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무거운 비트의 힙합곡인 ‘행오버’는 지난해 4월 발표한 ‘젠틀맨(Gentleman)’ 이후 1년 2개월 만의 신보다.
스눕독과의 콜라보레이션은 ‘강남스타일’과 ‘젠틀맨’으로 세계적인 스타반열에 오른 싸이의 상승세에 부스터 작용을 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스눕독은 1993년 데뷔앨범 ‘도기 스타일(Doggy Style)’로 빌보트 차트 정상에 오른 후 20여 년 동안 3000만장의 앨범 판매량을 올린 힙합계의 대부다.
‘행오버’ 뮤직비디오에는 한국 특유의 음주문화 모습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시작은 변기를 붙잡고 구역질하는 싸이와 친절하게 등을 두드려주는 스눕독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후 편의점에서 숙취 음료와 컵라면을 먹고 있는 두 사람, 특히 삼각김밥을 손에 쥐고 있는 스눕독의 모습은 생소하지만 한국이 배경임을 감안하면 우리에게는 익숙한 장면이다.
한국의 서민적인 음주문화를 즐기는 세계적인 미국래퍼의 이질적인 조합이 결정적 유머로 작용한다. 유쾌함이 ‘강남스타일’의 승부수로 작용했듯이 ‘행오버’에서도 싸이만의 괴짜 이미지인 B급 정서를 고수한다는 평이다.
이 외에도 도미노처럼 쏟아지는 폭탄주 제조, 사우나에서의 숙취 해소, 노래방에서 탬버린 털기, 월미도 디스코 팡팡, 러브샷 등의 재미있는 볼거리가 쏟아진다.
그러나 ‘누가 더 많이 마시기’의 내기 술자리나 숟가락으로 병을 딴 후 일어나는 폭동 수준의 싸움은 부정적인 술자리 문화를 자극적으로만 다룬 게 아니냐는 불편한 시각을 배제할 수 없게 만든다.
과격한 음주문화 묘사만이 흥행실패의 우려를 높이는 건 아니다. 곡의 전반적인 평을 보면 주체가 ‘싸이’인지 ‘스눕독’인지 모르겠다는 게 대부분.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음악에서도 스눕독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싸이의 색깔이 전체적으로 옅어졌다는 아쉬운 언성이 곳곳에 들리고 있다.
‘강남스타일’에서의 말춤이나 ‘젠틀맨’에서 보여줬던 골반춤과 같은 포인트 안무가 없다는 것도 흥행 약점으로 대두된다. 그러나 아직 본격적인 무대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알싸한 소주향이 가미된 ‘행오버’가 세계인의 구미를 자극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