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리뷰] 꼭 볼 영화에 이게 없다면, 예매하자 '창문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2014-06-09 08:32
영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는 모리에 못잖은 감동과 울림, 꽃할배 이상의 재미가 있다.
먼저 재미부터 얘기해 볼까. 100세 생일에 요양원 창문을 넘어 도망친 알란(로버트 구스타프슨)은 우연히 갱단의 돈가방을 손에 넣게 된다. 한국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 이상의 추격전을 가능케 한 로버트 구스타프슨의 뻔뻔하고도 태연한 연기(50세 나이에 두 배인 100세 노인을 천연덕스럽게 연기) 구경으로도 통쾌한데, 조막만한 눈뭉치가 굴러 집채만한 눈덩이가 되도록 재미를 점점 키우는 플렉스 할그렌 감독의 연출력만 해도 놀라운데, 쫓고 쫓기는 추격자 영화 중간 중간에 끼어드는 알란의 '대단한 이력'이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준다.
소년 알란은 어려서부터 폭탄 제조를 좋아했고, 실수로 바람난 식료품점 주인을 사망케 한 죄로 정신병원에 감금됐는데, 그곳에서 행해진 생체실험에서 '남성성'을 잃은 대가로 병원에서 풀려난다. 세상으로 나온 '2% 부족한' 그가 살아가는 방법은 자신이 좋아하는 폭탄의 꽁무니를 따라다니는 일, 그리고 도움을 청하는 이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는 것, 그리고 기왕 하는 일 열심히 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 영악해진 우리가 잊었을 뿐, 어쩌면 삶의 기본일 수 있는 태도가 가능케 한 일들이 20세기의 중요 대목들에서 역사를 바꿨다.
그래도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최고 재미는 무서운 추격자를 '물 먹이는' 도망자 할배 알란의 활약이다. 그리고 거기에 또 '어쩌다가' 가담하는 아웃사이더 3인의 독특한 캐릭터가 흥미를 돋운다.
감동과 울림은 그렇게 한참을 정신없이, 보니와 클라이드가 되어 '세상 밖으로' 내달리는 할배와 친구들을 보며 105분쯤을 웃다 보면 찾아온다.
그리고…, 알란이 베니에게 '어떤' 말을 건네고, 표정이 바뀐 베니는 구닐라를 향해 하얀 모래를 밟는다. 한 세기를 꽉 채워 100년을 산, 그것도 100세가 돼도록 패기와 유머를 더해 온 현인이 들려주는 그 말은 무엇이길래 베니에게 사랑할 용기, 삶의 열정을 가능케 했을까. 오늘도 이런저런 선택에 주저하는 당신이라면, 창문을 넘어 진정한 삶을 찾아간 100세 노인 알란이 전하는 금언을 꼭 들어볼 필요가 있다. 6월 19일 개봉일에 맞춰 예매를 서두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