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첫 내부 승진 KBS 사장 해임
2014-06-05 19:57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길환영(60) KBS 사장이 세월호 보도 공정성 훼손 논란 35일 만에 해임됐다. 길 사장은 KBS PD 출신 첫 KBS 사장이자, 재직 중 내부 승진을 통해 사장이 된 첫 사례로, 3년의 임기 중 절반만 채운 상태다.
KBS이사회는 5일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찬성 7표, 반대 4표로 길환영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가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정연주 사장에 이어 KBS이사회가 두번째로 해임한 사장으로 기록된다.
여당 추천 이사 7명, 야당 추천 이사 4명 등 총 11명으로 구성된 KBS이사회는 지난달 28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여권 추천의 다수 이사들이 길 사장의 추가 소평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해임안 표결을 연기한 바 있다.
이번 KBS 사태는 지난달 3일 세월호 침몰사고와 관련해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에서 시작됐다. 청와대와 길 사장의 보도·인사 개입 의혹으로 확대되면서 KBS기자협회의 제작거부와 KBS 양대 노조의 파업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길 사장은 외압설과 관련해 시종일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노조의 파업에 대해서는 "명백한 불법 파업"이라며 사규에 따라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내 담화, 기자협회총회 등을 통해 사퇴할 뜻이 없음을 누차 확인하며 KBS 정상화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도 서면진술을 통해 선거방송과 월드컵방송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사퇴의 뜻이 없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날 KBS이사회가 해임제청안을 가결시키면서 파국으로 치닫던 KBS사태는 일단락됐다. 사상 첫 공동파업을 벌인 KBS노동조합(1노조)과 전국언론노조KBS본부(새노조)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업무 복귀를 예고했다.
이로써 지난달 19일 제작거부에 들어간 KBS기자협회는 18일 만에, 지난달 29일 파업에 돌입한 양대 노조는 8일 만에 일터로 돌아간다. 뉴스를 비롯해 6·4 지방선거 방송마저 파행 운영되고, 국장과 부장, 팀장 등 간부들의 잇단 보직 사퇴로 총체적 위기에 처해있던 KBS는 이로써 정상화될 전망이다.
KBS이사회는 수일 내 박근혜 대통령에게 길 사장 해임을 제청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 길 사장은 해임되며, 공모를 통해 후임 사장을 뽑는 절차를 밟게 된다.
다만 향후 진행될 신임사장 선임 절차에서 이른바 '낙하산 사장' 논란 등이 재현되면 또 다시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