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신영운용 이상진 대표 "영업맨 얘기 믿지 마세요"
2014-06-09 10:39
아주경제 이정하 기자 = "영업맨 얘기만 믿지 마세요. 본인이 잘 아는 상품이 아니면 사면 안 되죠."
기대수명이 100세를 바라보지만, 일할 수 있는 시간은 긴 불황에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뒤늦게 공포감에 재테크에 나서지만 목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잘나가는 상품에 '몰빵'했다가 되레 큰 손실을 봤다는 얘기도 들린다.
많은 투자자는 가치투자라는 말이 이제 귀에 익을 것이다. 가치투자를 얘기할 때 빠지지 않는 회사가 신영자산운용이다. 이 회사는 철마다 잘나가는 종목으로 갈아타는 대신 엄선한 알짜 가치주에 장기 투자하는 식으로 고수익을 올리면서 유명해졌다.
◆정직해야 투자자도 돌아와
신영자산운용은 밸류고배당펀드를 비롯, 최근 내놓은 상품마다 히트를 쳤다. 이런 호응에 이 대표는 별다른 비결이 없다고 말한다.
신영자산운용은 1996년 설립 이래 18년 동안 줄곧 가치투자를 강조해 왔다. 이런 투자철학이 시황에 따라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가 유지될 수 있었다.
이 대표는 "신영자산운용은 재벌이나 은행 계열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우리 실력 외에는 기댈 곳이 없었다"며 "차별화와 가치투자만이 장사 밑천"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나 동양사태를 겪으면서 수많은 투자자가 증시를 떠났다. 업계 전반적으로 자성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영자산운용은 떠나버린 투자자를 되돌아오게 할 수 있는 것은 정직함뿐이라고 얘기한다.
이 대표는 "개인 투자자가 최근 10년 동안 자본시장에서 번 돈은 미미했다"며 "그저 유행하는 펀드만 팔겠다는 전략으로는 신뢰를 유지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단기적인 회사 이익보다는 투자자에게 10년 이상 수익을 내줄 수 있는 상품을 팔아야 한다"며 "이런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수익성이나 안정성은 덮어둔 채 수수료 높은 펀드만 팔다가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얘기다.
◆통일펀드 대박도 알짜종목 덕
신영자산운용은 3월 내놓은 통일펀드로 대박을 터뜨렸다. 업계에서 처음 이 펀드가 나온 이후 꾸준히 입소문을 타면서 수개월 만에 200억원 이상이 들어왔다.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언급하기 전부터 신영자산운용은 자체적으로 통일펀드 출시를 검토했다"며 "국내 경기가 정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촉매 가운데 하나가 통일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펀드는 일단 '통일이 된다면…'이라는 가정 아래 만들어졌다. 이 펀드는 통일을 전후로 수혜가 기대되는 건설 및 통신, 에너지, 제약, 식품업종 가운데 알짜종목을 엄선해 투자한다. 종목 구성은 향후 통일로 가는 단계마다 구체적인 상황을 반영해가며 바뀐다.
물론 경쟁사에서는 막연한 통일 담론을 끌어들여 상품을 만들었다며 의구심도 가졌다.
이 대표는 "언제 통일이 된다고 이런 펀드를 운용하냐고 묻지만, 통일이 가까워지기만 해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며 "이런 과정에서 중장기적으로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급변하는 시장 미리 공부해야
삼성그룹이 3세 경영에 속도를 내면서 증시 전반적으로 주주친화적인 배당정책이 기대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상장으로 내년이면 삼성그룹주가 국내 증시 시총에서 약 30%를 차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그룹이 경영승계 재원을 만들기 위해 배당을 늘릴 경우 다른 재벌 상장사 역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한국 정부가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삼성그룹을 비롯한 재벌에도 지배구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수년 연속 제자리걸음인 증시가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이 일시적으로 부진할 때마다 마음에 드는 펀드 하나를 골라 적립식으로 가입하는 게 좋다"며 "저금리 시대에 은행 이자를 웃도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투자자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는 점을 끝까지 강조했다.
최소한 가입하려는 펀드를 누가 운용하는지, 운용역 경력이나 최근 10년 실적이 어떤지, 운용사 투자철학이나 운용역 교체가 잦지는 않은지부터 파악하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본인 역시 잘 아는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만 가입한다"며 "저금리 시대에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부지런한 사람이 한 푼이라도 더 벌게 마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