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6만 8000 여개의 태극기가 휘날리다.

2014-06-05 14:16
장홍석 국립대전현충원 관리과 주무관

장홍석 국립대전현충원 관리과 주무관


아주경제 모석봉 기자 = 얼마 전 묘역 정화활동을 실시하기 위해 직원들과 사병 제1묘역으로 향했다.

묘소에 놓인 시든 국화 수거와 오래된 제물을 치우며 발걸음을 옮기던 중 눈에 띄는 묘소를 발견했다.

묘비에 막대기 두 개를 붙였는데 그곳에 대형 태극기가 걸려 있었다. 상석 위로 올라와 바람 속에 힘차게 펄럭이고 있는 태극기의 모습을 보니 가슴 한쪽이 뭉클해졌다.

‘얼마나 태극기를 사랑했으면 묘비에 태극기를 붙이고 있을까?’

묘비 옆면에 ‘1952년 6ㆍ25참전 중 전상’이라는 글귀가 있었다.

‘아! 6ㆍ25전쟁기간에 다치신 분이었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뒷면을 보니 사망일자가 2012년 6월 25일이었다. 6ㆍ25전쟁에 참전하신 분이 6월 25일에 돌아가시다니 약간 묘한 기분이 들었다.

부끄럽고 죄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1년 중에 몇 번이나 태극기를 꺼내 집 앞에 게시하는가? 어떤 분은 죽어서도 자신의 분신 같은 묘비에 태극기를 붙이고 계신데 나는 언제 한 번 태극기를 소중하게 가슴에 품은 적이 있던가?

태극기에 대한 소중함을 아이들에게 진심으로 가르친 적이 있던가? 갑자기 태극기에 대한 많은 상념들이 스쳐갔다.

요즘은 현충일 주간으로 국립대전현충원 묘소에는 6만 8000여 개의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학생, 시민, 기업 등 약 2000여 명이 30여개씩 약 12일간 꽂았다.

정성들여 꽂은 태극기는 땅 속 깊숙이 박혀 비바람에도 끄떡없이 휘날리고 있다. 그 앞을 하얀 국화를 든 할머니 한 분이 걸어가신다. 오래전 이곳에 잠든 남편을 찾아 온 것이다. 세월의 흔적이 두텁게 쌓인 메마른 손으로 사과, 배, 곶감 등의 제물과 소주 한 잔을 정성스럽게 따라서 묘소에 놓았다.

메마른 손으로 눈가를 훔치셨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60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아픔으로 눈물 짖는 모습을 보니 전쟁은 아직도 저 할머니의 가슴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지금의 아이들은 이런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6월 6일 오전 10시가 되면 전국적으로 울려 퍼지는 사이렌 소리! 우리 아이들은 그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무슨 생각을 할까? 달력에 쓰여 있는 빨간 글자의 국경일들! 모두 의미 있는 날이지만 노는 날로만 떠올리지 않을까?

중국의 유명한 병법가 사마양저가 저술한 사마법이라는 병서를 보면 ‘천하수안 망전필위(天下雖安 忘戰必危)’ - ‘나라가 비록 평안하더라고 전쟁을 잊으면 위태로워진다.’라는 명언이 있다. 요즘 우리는 물질적 풍요만 추구하느라 안보의 중요성을 잊은 건 아닌지 심히 걱정스럽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 국립대전현충원에는 호국영령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국민들에게 나라사랑정신을 함양하기 위해 많은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6ㆍ25전사자의 이름을 부르는 ‘롤콜행사’가 6월 3일부터 6일까지 실시되고 6월 30일까지 초등학생 이상 방문객 대상으로 ‘나라사랑 엽서쓰기 대회’를 개최한다.

7월 31일까지는 호국보훈과 안장인물의 나라사랑이야기 등을 소재로 ‘웹툰공모전’을 개최하고 ‘태극기 변천사 및 6ㆍ25전쟁관련 특별사진전’을 호국장비전시장에서 개최한다.

또한 충남대학교 등 4개 대학이 참여해 재능기부한 아이디어 작품 40여점과 태극기나무 만들기 체험행사를 병행하는 ‘제1회 아름다운 나라사랑전’이 6월 30일까지 개최한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이런 글귀를 보았다. ‘애국하지 않는 자! 이 땅을 떠나라’. 국가가 있기에 내가 있다.

오늘의 나는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신 수많은 분들의 피와 땀이 있었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호국보훈의 달은 이런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호국보훈의 달! 우리 한번은 꼭 아이들의 손을 잡고 현충원을 방문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