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총수일가 비상장사 몰아주기 5조 훌쩍
2014-06-03 17:11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한화그룹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가진 비상장사가 10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매출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공정거래법상 10대 그룹 대표회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2일까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기업집단현황을 보면 총수 일가가 20% 이상 출자한 비상장사 수는 총 44개이며, 이런 업체 가운데 38곳이 2013년 계열사로부터 총 5조1198억원어치 매출을 올렸다.
이런 내부거래는 전년 5조2370억원 대비 1000억원 남짓 줄었다. 정부가 총수 측에서 20% 이상 출자한 비상장사를 대상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요지부동인 셈이다.
38개 비상장사가 국내에서 올린 전체 매출(10조7559억원) 가운데 내부거래 비중은 약 48%에 달했다. 절반에 가까운 수익을 여전히 일감 몰아주기로 벌고 있는 것이다.
한화그룹은 이런 비중을 2012년 약 49%에서 이듬해 52% 이상으로 늘렸다.
총수 2세가 100% 출자한 한화S&C는 2013년 계열사로부터 2518억9600만원어치 매출을 올렸다. 내부거래 비율은 54.73%로 전년 46.33%보다 약 8%포인트 높아졌다. 역시 총수 측이 소유한 경비업체 에스엔에스에이스와 광고회사 한컴도 각각 전체 매출에서 60% 이상을 계열사를 통해 채웠다.
총수 일가가 20% 이상 지분을 가진 비상장사 수가 가장 많은 곳은 GS그룹으로 15개에 달했다.
허창수 회장 사촌인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이 35% 출자한 코스모앤컴퍼니는 2013년 내부거래 비중이 98%를 넘겼다. 보헌개발도 약 99% 매출을 계열사에서 올리고 있다. GS아이티엠이나 GS네오텍도 매출 절반 이상을 계열사에 의존했다. 이에 비해 GS그룹 총수 일가가 20% 이상 출자한 15개 비상장사 평균을 보면 내부거래 비중이 약 38%에서 33%로 줄었다.
SK그룹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약 42%에서 35%로 감소했다. 최신원 SKC 회장이 100% 출자한 에이앤티에스가 이 비율을 약 80%에서 90%로 높인 반면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대주주인 SK디앤디는 24%에서 6%로 줄였다.
삼성그룹은 약 32%에서 31%로 감소했다. 삼성석유화학이 11.96%에서 15.3%로 늘린 반면 삼성에버랜드는 38%에서 43%로 줄였다.
현대차그룹도 약 65%에서 64%로 줄였지만,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율 자체가 가장 높았다. 삼우(87.38%)와 현대오토에버(81.65%), 현대위스코(66.02%)가 매출 60% 이상을 계열사에서 올리고 있다.
롯데그룹 및 LG그룹, 현대중공업그룹은 총수 일가에서 20% 이상 출자한 계열사가 없거나 있더라도 눈에 띄는 내부거래를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