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국왕, 불명예 퇴위… "군주제는 쓰레기다"
2014-06-03 10:41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76)은 2일(현지시간) 39년 만에 퇴위했다. 카를로스 국왕은 퇴위 이유를 고령 등으로 들었지만 일각에선 공금횡령 등 왕실 추문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했다.
카를로스 국왕은 이날 퇴위식에서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새로운 세대에게 왕위를 넘겨줄 때가 됐다. 새 세대는 현재 상황이 필요한 변화를 잘 실행하고 앞으로 과제에 집중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간 이어진 경제 위기는 많은 사회적 상처를 남겼지만 희망을 가리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를로스는 왕위를 왕세자 펠리프(46)에게 넘겼다. 카를로스는 "펠리프가 왕위를 이을 준비가 되었으며 안정적이고 책임감이 높다"며 "그의 경험을 살려 새로운 희망의 무대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전했다.
카를로스는 대중의 인기가 높은 왕이었다. 1931년 왕위에서 쫓겨나 망명한 알폰소 13세의 손자다. 지난 1975년 총통 프란시스코 프랑코가 사망한 후 국왕에 즉위했다. 이후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정치 사회의 자유를 급속하게 추진했다. 1977년에는 1936년 이후 41년 만에 총선거를 실시하고 1978년에는 새 헌법을 발포해 입헌군주제를 했다. 또한 높은 경제성장을 실현하고 스페인을 유럽의 휴양지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리스 공주인 소피아와 결혼해 3명의 자식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의 명성은 지난 2012년에 타격을 받았다.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스페인 경제가 곤경에 빠진 가운데 카를로스는 아프리카 보츠와나에 호화 코끼리 사냥 여행이 나선 것이 물의를 빚었다. 또한 막내딸 크리스티나 공주 부부가 600만 유로의 공금을 유용한 혐의도 받았다. 지난 2월 크리스티나 공주는 왕실 직계 가족으로는 처음으로 비리 혐의로 법정에 섰다.
이날 마그리드에는 수천명의 시위자들이 모여 군주제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군주제는 쓰레기다"란 팻말을 들고 반왕실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군주제 미랭 대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데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서명한 한 시민은 "이는 군주제 미래를 결정과 민주주의를 발전를 공적인 논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역사적 기회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트위터를 통해 카를로스를 빗댄 코끼리 사진을 올리고 퇴위를 축하하기도 했다.
한편 스페인 국왕 퇴위 소식에 고령인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네덜란드 스페인 등 주변국에서 고령의 군주들이 스스로 왕위를 물려주면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조기 퇴위 가능성에 대한 추측이 나오고있다. 그러나 영국 왕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조기 퇴위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분위기다. 영국은 국왕이 사망해야 승계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생존한 왕이 자리를 내주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